라망알라파트 교실로 가다_ 베르제락 파일럿센터의 '박 키우기' 프로그램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본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창의 영토를 넓히자' 기획을 통해 창의적인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재해왔다. 앞으로 3회에 걸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우수한 창의계발현장을 발굴해 소개한다. 1편에서는 프랑스의 '라망알라파트' 과학교육프로그램을 들여다본다. 인류의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한 과학은 '창의성'을 키우는 데 핵심적인 과목으로 꼽힌다. 2편에서는 이탈리아의 디자인교육기관인 '도무스아카데미'를 찾아 디자인을 통해서 꽃피는 '창의성'에 관해 살펴본다. 3편에서는 전 세계의 젊은이를 모아 다음세대의 디자이너로 키우는 '창의성 인큐베이터' 파브리카 연구센터를 소개할 계획이다. <상>프랑스의 초등학교 과학교육 '라망알라파트' 교육현장에 가다 라망알라파트(La main a la pate)는 프랑스어로 '손으로 반죽을' 이라는 뜻으로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보고 체험함으로써 과학의 개념을 알아가는 교육 프로그램을 말한다. 지난 9월 29일, 프랑스 남부 베르제락(bergerac)에 위치한 라망알라파트 파일럿 센터에서는 생 소뵈르 초등학교(ecole st.sauveur) 5학년 학생들의 과학수업이 한창이었다.
지난 9월 29일, 프랑스 남부의 베르제락에 위치한 라망알라파트 파일럿센터에서 생소뵈르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데피(Defi)프로그램' 첫 수업을 하고 있다. <br />
데피(Defi) 프로그램(프랑스어로 '도전')의 첫 시간, 올리비에 가냑(Olivier Gagnac) 교사는 아이들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진 강가 사진을 본 아이들에게 교사는 "이 쓰레기들은 어디로 가야할까?"는 질문부터 던진다. 아이들은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는 '노란 쓰레기통'에서부터 '재활용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지'에 이르기까지 한참을 교사와 묻고 답하면서 또 다른 질문에 도달했다. 그 질문이 바로 '먹다 남은 과일이나 채소껍질은 어디에다가 버리느냐?'이런 식으로 학생들이 유기농 퇴비를 만들어 '누가 가장 박을 크게 키우나' 도전하는 과제를 향해 천천히 한걸음씩 다가가는 것이다. 올리비에 교사는 "수업의 시작부터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동기부여를 위해 끊임없이 묻고 답하면서 하나의 가설을 세우고, 앞으로 꾸준히 관찰과 실험을 해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흙에서 접시까지(du substrat a lassiette)'라는 부제가 붙은 이 프로그램은 1년 동안 학생들이 직접 유기농 비료를 만들어서 박을 키우는 도전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이 도전 속에서 조별로 다양한 변수들을 조절하면서 어떻게 하면 질 좋은 비료를 만들 수 있는지, 박을 더 크게 키울 수 있을지 등을 배우게 된다. 이를 통해 식물의 성장, 지렁이의 역할, 생태계의 순환, 퇴비 만드는 법 등 수많은 '과학적 지식'들을 익힐 수 있다.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지식'들도 배우게 된다. 종이를 재활용하면 숲의 나무들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서부터 환경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올리비에 교사는 "정규과학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재미로 식물을 키워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수많은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습득하고 깨닫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과일이나 채소껍질로 퇴비를 만드는 제조기인 콩포스트(compost)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안의 지렁이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퇴비를 만들기 위해 지렁이가 꼭 필요한지에 대해 토론하고, 마지막으로 토론 끝에 '우리가 알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지' 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다음시간부터 본격적으로 콩포스트 만들기에 돌입한다. 앞으로 7개월 동안 콩포스트 내부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변화를 관찰할 예정이다. 껍질이 분해과정을 거쳐서 흙이 되는 변화를 살펴보면서 그 과정에서 흙은 얼마나 나오고, 물을 얼마나 나오는지 등을 기록한다. 또 지렁이의 배설물 안에 들어있는 칼슘, 인등의 성분을 분석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지식을 확인하고, 다양한 성분에 대한 수치를 파악하고 분석함으로써 수학도 배우게 된다. 데피 프로그램을 통해서 생물, 지구과학, 수학 등 여러 가지 과목을 두루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9월 28일, 라망알라파트 베르제락 파일럿센터에서 주최한 교사연수에서 데피프로그램에 참여하는 50여곳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모여 콩포스트 만드는 법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
비료를 만들기 위해서 아이들은 번갈아가며 자신의 집에서 나온 음식물이나 종이 등 쓰레기를 가져와서 콩포스트 안의 지렁이에게 줘야한다. 올리비에 교사는 "아이들이 가져오는 음식물쓰레기를 통해서 아이들의 식습관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통합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비료를 만든 다음 단계는 박씨를 심고, 키우는 과정이다. 박은 조별로 키우는데, 박씨 키우는 모든 과정을 토의를 통해 결정한다. 올리비에 교사는 "키우다보면 잘 자라는 박도 있고 그렇지 못한 박도 있을 것"이라며 "그때마다 어떤 변수가 박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학생들을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9월에 박을 수확한 다음에는 요리로 만들 계획이다. 요리를 하면서 걸러낸 씨는 다시 심고, 껍질은 다시 콩포스트에 넣음으로써 거대한 하나의 순환체계를 1년에 걸쳐 배우게 된다. 데피 프로그램은 라망알라파트로부터 승인받은 체험교육 프로그램으로 현재 도르돈뉴도의 초등학교 50개 학급, 중학교 1학년 15개 학급에 적용 중이다.
M.MAURICE Gerard 베르제락 파일럿센터 책임자
▲라망알라파트 파일럿센터란 무엇인가? 라망알라파트가 지금과 같이 프랑스의 공교육 영역에 체계적으로 안착하기까지 전국에 위치한 20여 곳의 '파일럿센터' 역할이 컸다. 파일럿 센터에서는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해보면서 얻은 정보와 자료들을 공유해 교사들에게 큰 힘이 된다. 실제로 교사들이 수업시간을 어떻게 진행할지 알려주는 길잡이가 된다는 것이다. 수업진행과정이나 결론에 대해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면서 교사들이 실제 수업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이러한 역할과 기능은 다른 파일럿센터도 마찬가지다. 다만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협력하기도 한다. 미슐랭이라는 대기업이 있는 클레르몽페랑(clermont-Ferrand)이나 프랑스 그랑제꼴 중 하나인 에꼴데민-파리공과대학이 있는 낭뜨(Nantes)에서는 이들과의 협력관계를 통해서 파일럿센터를 운영한다. 베르제락 파일럿센터에서는 데피 프로그램을 일반화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데피 프로그램이 좋다면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쓸 수 있다. 프랑스 베르제락=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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