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가장 수행하기 힘든 프로젝트”… ‘기술’만으로 해결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설계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복잡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5년전 설계가 그대로 시공됐다. 쌍용건설의 놀라운 기술력과 독창성으로 꿈꿔왔던 모든 것이 그대로 설계됐다.”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Hotel)’ 설계자인 모쉐 사프디(Moshe Safdie)는 쌍용건설의 시공능력을 ‘기적’이라 평가했다. 건물이 52도 기울어진 상태에서 6만톤 규모의 스카이파크를 위에 얹는 공사를 정해진 기간내에 완수한 이유에서다. 건축구조 설계사 등 세계 건설업계에서 ‘21세기 건축 기적’이라 언급하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제6회 아시아경제 건설종합대상에서 심사위원들 역시 해외건축부문 대상에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선정하는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세계에서 가장 힘든 프로젝트”국가의 관문을 상징하도록 설계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두 장의 카드가 서로 기대어 서있는 듯한 3개의 건물로 이뤄졌다. 특히 지상 200m 높이에서 이를 연결하는 거대한 배 모양의 스카이파크는 싱가포르의 새로운 아이콘이 됐다.이 호텔은 까다로운 건축물 설계로 유명한 미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모쉐 사프디가 설계했다. 영국계 구조설계 회사인 아룹사가 “완공했거나 시공, 설계 중인 모든 건축물 중 전세계에서 가장 짓기 힘든 프로젝트”라 평가할 정도로 시공은 까다로웠다. 우선 피사의 사탑 기울기가 5.5도인 반면 이 호텔의 최고 기울기는 10배에 가까운 52도나 된다. 결국 두 개의 건물이 23층에서 만나기까지 동편의 기울어진 건물 골조 공사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었다. 스카이파크 시공 역시 난관으로 꼽혔다. 축구장 3배 크기의 면적(1만2408㎡)에 중형 승용차 4300대에 달하는 6만톤의 무게를 지상 200m 높이까지 끌어올려야 했다. 지하 3~지상 57층 2561실 규모로 연면적만 63빌딩의 2배에 육박하는 건축물이 첫 삽을 뜰 당시부터 세계 건축업계의 관심을 받았던 이유다. ◇공기단축 해법, ‘기술’에서 찾다본격적인 시공에 앞서 쌍용건설은 600mm 두께의 내력벽에 포스트텐션(Post-Tension)을 설치했다. 이어 내부에서 와이어(Wire)를 인장해 건물의 기울어짐을 방지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쌍용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던 것도 이 포스트텐션 공법을 제안한 덕분이다. 다른 경쟁사와 달리 수많은 지지대를 대지 않고 작업 공간을 확보하면서 공사를 원활하게 수행한 셈이다.경사가 가장 심한 곳에는 3개의 긴 철막대인 트러스만을 받쳐 놓았다. 이를 통해 본 공사를 위한 가설 공사의 양을 대폭 줄여 구조물의 방해없이 공사가 가능했다. 이 결과 2009년 3월 ‘入’형으로 올라가던 타워Ⅰ·Ⅱ·Ⅲ의 최고 52도 기울어진 동편 건물과 서편 건물을 지상 23층, 70m 높이에서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쌍용건설은 3~4일만에 1개층을 시공하는 일정으로 모든 공정을 수행했다. 예정보다 한달 이상 빠른 18개월만에 골조공사를 끝낸 비결이다. 기울어지고 갈라진 하층부 건물에 전해지는 약 6만톤에 달하는 스카이파크의 막대한 하중은 트랜스퍼 트러스(Transfer Truss) 공법을 통해 해결했다. 골조공사가 완료된 후에는 싱가포르 해변과 도심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호텔 상층부인 지상 약 200m 높이에 3개동을 연결하는 스카이파크가 설치됐다. 수영장 3개와 전망대, 정원, 산책로 등이 조성된 길이 343m, 폭 38m의 스카이파크는 에펠탑(320m)보다 20m이상 길고 면적만 축구장 약 2배(1만2408㎡) 크기에 달한다. 최대 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망대는 보잉 747여객기 전장과 맞먹는 70m가량이 지지대 없이 지상 200m에 돌출된 모습으로 시공됐다.◇21세기 바벨탑 건설… 1200만 시간 무재해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의 시공 과정은 ‘바벨탑’ 건설과 비교되기도 한다. 중국, 방글라데시,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등 다국적 건설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투입됐다. 공사 일일 최대 출역 인원만 10여개국 6000명에 달했다. 언어, 생활습관이 다른 다국적 근로자들이 2교대로 24시간 공사를 수행하면서도 ‘1200만 시간 무재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시공 과정에 이어 호텔 그랜드 오픈 행사때도 세계 건설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6월23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개최된 행사에는 호텔 시공사인 쌍용건설의 김석준 회장과 발주처인 미국의 세계적인 카지노, 호텔, 리조트 전문개발업체 샌즈 그룹 셀던 아델슨(Sheldon Adelson) 회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취재 기자단만 1200여명이 몰리며 쌍용건설의 건축기술을 전세계에 알렸다.안국진 쌍용건설 싱가포르 지사장은 “세계 유수의 건설사들도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건물이라 우려했던 프로젝트”라며 “특히 고난도 공사를 불과 27개월 만에 수행함으로써 기술력과 시공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한편 이 호텔의 경사구조 시공 공법은 해외 프로젝트 적용 기술 최초로 국토해양부 건설신기술(제608호)에 지정됐다. 국내 관공사 입찰시 기술점수는 물론 유사 프로젝트에 사용될 경우 기술료까지 챙길 수 있게된 셈이다.
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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