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SKT '이번엔 꼭 잡는다'

하이닉스 인수전 STX포기 선언 이후

[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STX가 인수 추진 중단을 선언하면서 하이닉스 인수전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SK텔레콤(SKT)이 인수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히며 인수합병(M&A)에 대한 불씨를 살려놓은 상태지만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두 기업이 인수 경쟁을 하던 때보다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SKT의 거래 의사가 강해 단독 입찰을 통해 하이닉스가 SKT의 품에 안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경우 당초 채권단이 계획했던 높은 가격과 최대 물량 매각이라는 시나리오는 무산된다. 거시 경제 환경이 좋지 않고 하이닉스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진 상황이라 가격 주도권이 단독입찰자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인수 가격이 낮아지면 합병 후 재무적 부담을 덜고 투자여력을 높일 수 있어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SKT의 단독 입찰로 결정되면 하이닉스의 거래 개입 범위가 더욱 줄어들게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하이닉스 노조는 '인수 회사의 충분한 재무여력담보'와 '불분명한 외국자금 유입 배제' 등 여섯 가지 매각 원칙을 제시하며 사실상 STX의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SKT로의 인수가 결정된다면 노조의 이러한 원칙과 부합하는 측면이 있어 내부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단독 입찰로 SKT가 주도권을 쥐는 상황이 된다면 향후 회사나 노조의 요구가 협상에 반영 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지게 된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인수 자체가 무산되는 시나리오는 하이닉스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도 또다시 거래가 무산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하지만 협상 가격 하락에 특혜 논란까지 떠안게 된 상태라 복수 경쟁 당시보다 인수 무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STX의 이탈로 이달 말로 예정된 우선 협상자 선정 등의 작업이 상당시간 표류하게 됐지만 이번만큼은 거래가 성사되길 바라는 것이 하이닉스 내부 분위기다. 20일 업계 관계자는 "조직 안정성 측면에서 M&A 무산되지 않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며 "노조에서도 협의를 통해 내주 중 공식 입장을 낼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01년 10월부터 채권단 공동 관리에 들어간 하이닉스는 이미 세 차례의 매각 무산을 경험했다. 채권단은 2002년 업계 4위인 미국 마이크론에 매각을 추진하다가 국부유출 논란으로 이를 철회했고, 2009년 9월에는 효성그룹이 인수의지를 밝혔지만 특혜시비로 무위에 그쳤다. 2009년 12월에는 매각을 공고했지만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이 없었다. 공식적으로 하이닉스는 말을 아끼고 차분히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회사가 말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할 말도 없다"고 전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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