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받던 젊은 금융인, 한 순간에..'

20억달러 손실낸 UBS 트레이더 아도볼리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단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촉망받는 젊은 금융인이었다. 세계적인 은행이 그의 직장이었고 런던 도심의 깔끔한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의사로 일하는 여자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주말을 런던 경찰청에 구류된 채 보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의 영국 런던지사에서 파생상품 데스크 트레이더로 일하는 31세의 크웨쿠 M. 아도볼리(Kweku Adoboli)는 2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트레이딩 손실을 내고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그에게 씌워진 죄목은 직권남용과 회계부정에 따른 사기 혐의다. 16일 오후 런던 치안법원에 출석한 그는 밝은 톤의 하늘색 스웨터와 흰 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때때로 취재진들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짓는 여유도 보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아도볼리는 아프리카 가나 출신이며 그의 이름은 가나어로 ‘수요일에 태어났다’라는 의미다. 국제연합(UN)의 고위직을 지낸 부친의 영향으로 그는 가나에서 유년기를 보낸 뒤 가족을 따라 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를 거쳤다. 10살 무렵 영국으로 건너온 그는 웨스트요크셔의 애크워스 기숙학교를 졸업하고 런던의 명문 노팅엄대학교에서 2003년 전자상거래와 디지털비즈니스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년간 영국에서 생활하며 폭넓게 인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에 따르면 아도볼리는 지난 2006년 3월에 UBS에 입사해 증권거래업 허가를 취득한 것으로 되어 있다. 기업용 소셜네트워크(SNS) 링크드인에 개설된 아도볼리의 프로필에는 UBS에서 보조 애널리스트로 일한 뒤 현재 파생상품 거래를 담당하는 ‘델타 원(Delta 1)’ 트레이딩 부서의 ETF 데스크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영국 경찰은 그의 혐의가 금융위기 발발 당시인 2008년 10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FSA 관계자는 “투자가 이루어지는 패턴에서 시스템 차원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과 TV드라마 시청이 취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친구 등 주변 인물들은 아도볼리에 대해 매우 선량하고 예의바른 성격을 가졌다고 말한다. UBS의 동료들도 그의 평소 업무활동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도볼리는 지난주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적이 필요하다(Need a miracle)’는 짧은 한줄을 올렸다. UBS 측이 트레이딩 손실을 발표하기 전인 14일 그는 사내 감사 관련 부서 관계자들에게 사건을 고백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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