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출정식에서 연맹기를 전달하는 오동진 육상연맹 회장(왼쪽) 사진=정재훈 기자
[대구=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한국선수단의 부진이 그칠 줄을 모른다. 성적표는 암담하다. 목표로 내걸었던 ‘10개 종목 톱 10 진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하지만 오동진 대한육상연맹회장은 개의치 않는다. 선수들의 경기에서 희망을 발견한 까닭이다.오동진 회장은 31일 대구에서 가진 스포츠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선수단의 부진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다. 그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선수단의 조력자이자 ‘10개 종목 톱 10 진입’을 내세운 장본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10위권 내 이름을 올린 선수는 경보 20km의 김현섭이 유일하다. 대회 문을 연 지난 27일 선수단은 여자 마라톤, 여자 멀리뛰기, 남자 장대높이뛰기, 남자 100m, 남자 해머던지기 등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부진은 그 뒤에도 계속됐다. 여자 100m 허들에 나선 정혜림이 조 6위(11초88)에 그치며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고 여자 장대높이뛰기 기대주 최윤희도 4m50을 넘는데 실패, 결승행이 무산됐다. 남자 110m 허들의 박태경, 남자 400m의 박봉고, 남자 400m 허들의 이승연 등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동진 회장은 기대치가 너무 높았음을 깨끗이 인정했다. 그는 “처음부터 다소 과한 목표였다. 직접 와서 본 세계의 벽은 예상대로 상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점을 감안하고도 지향점을 높게 설정한 건 선수들의 사기 진작 때문이었다.
오동진 회장은 “선수들이 목표를 크게 잡고 열심히 싸워주길 바랐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더 나은 성적도 가능하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이어 “소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달라졌다”며 “참담한 현실을 그저 그렇다는 듯 받아들였던 2009 베를린대회 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한국선수들의 경기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오동진 회장은 김현섭이 출전한 경보 20km를 손꼽았다. 그는 “위경련으로 응급실을 찾는 등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해 6위(1시간21분17초)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메달 권 진입에 실패해 다소 아쉽지만 충분히 잘했다.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이 계속 성원을 보내준다면 세단뛰기, 멀리뛰기에 나서는 김덕현 등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동진 회장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폐막과 동시에 무너진 전열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그 첫 시도는 육상 자원의 확대가 될 전망이다. 그는 “현재의 부족한 육상 인구로는 결코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없다”며 “육상 자원을 확보하고 그들이 맘껏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것이 내가 이 자리에서 마지막까지 해야 할 소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이종길 기자 leemean@<ⓒ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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