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서 파는 '무늬만 에트로 침구'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올가을 결혼을 앞둔 김미현(30)씨는 유럽 명품 브랜드 에트로(ETRO)에서 70만원대 킹사이즈 침구세트를 구매했다. 수백만원대 수입 에트로 제품을 사려다가 가격 때문에 고민이 되던 차에 백화점 직원이 한국에서 만든 70만원대 제품을 권유하자 마음이 동한 것. 겉보기에 직수입 제품과 똑같고 품질은 오히려 더 좋다는 설명을 듣고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면 어떠랴' 싶어 첫날밤을 보낼 이불로 낙점했다. 하지만 집에 가서 라벨을 자세히 살펴보니 에트로 대신 '비스마라'라는 브랜드 이름이 떡하니 찍혀 있었다. 김씨는 “한국에서 만든 기획제품인 줄 알았지 브랜드마저 다른 제품인 줄은 몰랐다”면서 “내가 덮으려고 샀기에 망정이지 시댁에 예단으로 보냈으면 어쩔 뻔 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명품 브랜드 에트로 침구를 국내 수입하는 업체인 크레모드가 본사와 협의 없이 국내에서 에트로의 세컨드 브랜드 격인 비스마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겉보기에는 에트로 직수입 제품과 구별이 힘들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혼동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24일 업계에 따르면 해당 제품 라벨에는 '비스마라'라는 브랜드명과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지만, 겉보기에는 에트로의 상징인 페이즐리 문양 등 프린트 디자인이 흡사하다. 특히 에트로 제품과 같은 매장에서 함께 팔고 있어 직원의 설명 없이는 에트로 제품이라고 오인하기 십상이다.매장 직원 중 일부는 에트로 한국 수입사가 만든 제품이며, 품질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설명을 곁들여 아예 다른 브랜드라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이런 변칙 운영을 통해 얻는 수입도 꽤 짭짤하다. 에트로 매장의 한 직원은 “혼수구매자들의 30%가 에트로 직수입 제품을 구매하고 70%가량은 비스마라 제품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에트로의 국내 수입사인 크레모드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세컨드 브랜드라는 안내가 제대로 안 됐으면 귀책사유가 있지만 디자인 자체는 특허나 상표권 등록이 안 돼 있기 때문에 페이즐리 무늬를 사용해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설명했다.그는 “에트로 본사와 계약이 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이런 세컨드 브랜드를 하라 마라 할 상황은 아니다”며 “단지 상도의상, 업계 관례상 디자인을 카피하는 것은 안 되겠지만 에트로 침구제품을 한국으로 수입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본사에서도 이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박소연 기자 mus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