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월가는 이번주 뉴욕증시가 5주 연속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부채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지난주 유로존과 미국의 경제지표는 더블딥(이중 침체)의 그림자를 더 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과 JP모건 체이스,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들은 잇따라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며 시장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CNBC는 다우 지수가 9000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한 월가 투자전략가의 흉흉한 전망을 전했다. 불안감이 가시지 않으면서 안전자산은 파죽지세의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주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선을 깨뜨렸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 금 선물 가격은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온스당 1880선도 뚫었다. 종가는 6.3% 오른 1852.20달러였다.이번주 후반 중앙은행장들의 연례 모임인 잭슨홀 회의에 대해서도 월가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이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3차 양적완화가 당장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 차례 양적완화가 경제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 했다는 점을 확인한 상황에서 3차 양적완화가 시행된다 한들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위안을 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우와 S&P500은 지난주 각각 4.01% 4.69%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6.62% 밀렸다. PC사업부 분사와 모바일 사업 축소를 발표한 휴렛 팩커드(HP)가 19일 하루에만 20.03% 폭락해 나스닥에 부담을 줬다. HP는 6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8월 들어 다우와 S&P500은 각각 10.92%, 13.06% 하락했다. 나스닥은 15.04% 주저앉았다.
◆ 다우 9000 가면 매수하라= 대다수 월가 관계자들은 불안한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지난주 43.05로 마감돼 불안감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찰스 슈왑의 랜디 프레드릭 이사는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또 한 주에 접어들게 됐다"며 "투자자들은 매수하기보다는 납작 엎드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마크 파도 투자전략가는 "시장에 개인 및 기관 투자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호지스 캐피탈의 크레이그 호지스 사장은 "펀더멘털이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컴퓨터에 의한 거래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감에 의한 일방적 매도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장 매수 시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벨 커브 트레이딩의 빌 스트라줄로 수석 투자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다우가 9000까지 하락할 수 있으며 그 때는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증시 흐름과 관련해 세계 주요 증시가 2009년 초 바닥을 치고 2007~2008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미 돌아가려는 목표치의 75% 수준까지 올랐던 것에 주목했다. 그는 2007~2008년 수준까지 오르기 위해 남은 것은 25% 밖에 되지 않는데 리스크는 너무 크다며 위험부담과 보상의 측면을 감안했을 때 현 시점에서 매수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올라봤자 얼마나 더 오르겠냐는 심리가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그는 다우 1만1300~1만1700에서는 팔고 9000~9400에서 매수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S&P500에 대해서도 "1200~1250에서는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S&P500은 950~1000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다우와 S&P500의 종가는 각각 1만817.65, 1123.53이었다. 한편 스트라줄로는 "S&P500이 1250선을 넘는다면 추가 상승 영역에 진입했음을 의미하며 다우가 1만1700을 넘어서면 최악은 끝났다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 잭슨홀 회의 기대마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해 8월 말 중앙은행장들의 연례 모임인 잭슨홀 회의에서 2차 양적완화 시행 가능성을 언급했고 버냉키 효과에 글로벌 증시는 올해 초까지 랠리를 펼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부터 시작될 잭슨홀 회의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월가는 큰 기대를 걸지 말라고 조언한다. FOMC에서 추가 양적완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데다 공화당은 추가 부양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두 차례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한 만큼 FRB의 운신의 폭도 좁다는 지적이다.헤네시 펀즈의 브라이언 페리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3차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장들의 계획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레이먼드 제임스의 스캇 브라운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버냉키가 3차 양적완화를 이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FRB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으며 워싱턴 정가에서 재정 부양은 불결한 단어가 됐다"며 "현 시점에서 안전망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경제가 단기적으로 훨씬 더 약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가 하락이 좀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분기 GDP 하향조정될듯= 이번주 발표될 경제지표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다. 상무부는 현지시간 오전 26일 오전 8시30분에 2분기 GDP 수정치를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 상무부는 2분기 GDP 증가율이 1.3%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당시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준 것은 2분기 GDP보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GDP가 대폭 하향수정된 것이었다.월가는 2분기 GDP 증가율도 하향수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일 발표된 6월 무역적자가 크게 확대돼 이미 GDP 하향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과 브리핑닷컴은 2분기 GDP 증가율이 1.1%로 하향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켓워치는 0.9%라는 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2분기 GDP 외에도 7월 신규주택판매(23일) 7월 내구재 주문, 6월 연방주택금융감독청(FHFA) 주택시장지수(이상 24일)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25일) 등이 공개된다. 페리는 "주택판매는 기껏해야 약간 늘어나는 정도에 그칠 것이며 GDP 수정치는 경제 성장이 평균 이하임을 보여줄 것"이라며 "향후 몇 주간 기복이 심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주에는 S&P500에 포함된 7개 기업이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톨 브라더스, 게스(이상 24일) 호멀 푸즈(25일) 티파니(26일) 등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485개 기업이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73%가 예상치 이상의 실적을 발표했다고 톰슨 로이터는 전했다. 하지만 3분기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기업이 69개로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기업 29개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 변수다. 호지스는 기업 실적과 경제지표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실적은 예상치를 충족시키거나 기대 이상이었지만 투자자들의 회의론이 증가하면서 싼 주식이 더 싸지고 있다"고 말했다.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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