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 때문에... 잠못드는 한은

[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한국은행이 13년만에 금매입에 나서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금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는 꿈쩍도 않더니 값이 오를 대로 오른 뒤 대거 금을 사들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한 달간 한은이 사들인 금은 25t, 원가로 12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한돈짜리 돌반지 667만개를 녹여야 얻을 수 있는 양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46만9000여명의 아이가 태어난 걸 감안하면 앞으로 14년 동안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한돈짜리 금반지 하나씩 선물할 수 있는 규모다. 1kg짜리 금괴로 치면 모두 2만5000개다. 이 금괴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2.5km에 달하고 세로로 쌓으면 63빌딩 높이와 맞먹는 225m가 된다. 한은은 이렇게 많은 금을 어디에 보관할까? 한은은 갖고 있는 금을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쌓아놓고 있다. 국제 금 시장이 활성화된 영국에 보관하는 게 금대여거래나 금스왑 등 금을 이용한 금융거래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지난 1990년대초부터 갖고 있는 금을 대여해 수익을 올려왔다. 시중은행 등에 빌려주고 이자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대여거래를 중단했다. 금보유 국가가 늘면서 공급이 늘어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현재 대여금리는 1% 미만으로 제로금리에 가깝다. 금값은 치솟고 있지만 금을 활용한 수익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수익률이 미미한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금대여거래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다만 시장여건이 개선되면 대여거래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앞다퉈 금매입에 나서고 있어 대여수익률이 언제 오를지는 알 수 없요다. 반면 금보관비는 영란은행에 꼬박꼬박 지출하고 있다. 연 7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생각에 따라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한은의 금보유는 분명 '밑지는 장사'다. 설상가상 금값이 떨어지면 그야말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투를 잡았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을 더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 달러가치 하락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한은의 금에 대한 걱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채지용 기자 jiyongch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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