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10~20년 후 우리에게도 닥칠 문제이므로 지금부터 대비해야 합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벌어진 테러사태를 두고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던진 메시지다. 26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이 교수는 사회적ㆍ문화적 갈등이 해결 불가능한 종교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말부터 꺼내들었다.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이번 테러 사태의 원인을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의 종교적 갈등으로 지적하는 이 교수는 '우리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면서 겪을 갈등 양상과는 다를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우선 이 교수는 '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물음에 "우리에게 갑작스럽게만 느껴지지만 사실 유럽사회의 공동체에 내재된 종교 갈등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그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들었다. 네덜란드는 이민에 관대한 정책을 펼쳐 유럽에서도 이슬람교도가 가장 많이 들어와 사는 나라다. 그러나 지난 2004년 테오 판 고흐 영화감독이 이슬람 사회에서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는 영화를 발표했다가 암스테르담 광장에서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일을 계기로 기독교 신도들은 이슬람 사원을 불태웠고, 다시 이슬람 신도들은 교회를 불태웠다. 다문화 사회로 인한 갈등은 아무리 튼튼한 시스템이 받쳐줘도 단 한 사람에 의해 증폭될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 교수는 "이런 갈등의 역사를 파헤치다 보면 십자군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며 "경제ㆍ영토, 심지어 인종갈등조차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종교 갈등은 양보가 성립하지 않는 싸움이기 때문에 가장 무섭다"며 그 심각성을 전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종교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이 교수는 우선 "우리 사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다문화사회라고 보기엔 이르다"고 진단했다. 다문화는 여러 문화가 뚜렷한 주류 없이 서로 어울리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 사회는 주류 문화가 뚜렷하고, 시기별로 다른 문화가 유입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 3D업종으로 들어온 노동계층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다가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사회의 결혼이주여성 문제나 이주노동자 문제는 이들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이 사회적 문제가 될 뿐 아직 문화적인 갈등상황으로 치닫고 있진 않다"고 봤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는 사회 문제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는 문화 문제로 바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주민들만의 타운을 형성해서 모여 산다든지 하면서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해왔다는 점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데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해온 지구상의 몇 안되는 국가로 '민족과 인종간의 갈등'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렇다면 곧 닥쳐올 문제에 대한 해답은 없을까. 그는 우리의 역사와 전통 속에서 답을 찾아냈다. 예로부터 유ㆍ불ㆍ선 통합사상 등 타종교에 대한 관대성, 종교간 화합을 중시하는 전통과 문화가 유럽과는 다른 우리만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화합과 관대함을 보인 우리 전통문화와 함께 늘어나는 이주민들을 품을 수 있는 정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가 내놓은 해법이었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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