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삭발에 단식, 혈서까지 등장, ‘호남권’ 국회서 기자회견 반발…‘충청권’은 공조 흔들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과학벨트가 대전권으로 가게 되면서 유치활동을 벌여온 영·호남은 삭발과 단식 등으로 강하게 반발하면서 전국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정부 발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강경투쟁을 선언, 지역민심이 들끓고 있다. 서로 자신들의 지역으로 와야 한다는 주장이다.게다가 충남·북도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대전시와 ‘세종시 유치’에 발을 맞춰오다 막상 대전권으로 확정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남, 삭발·단식에 혈서까지=‘과학벨트 대전 입지’ 소식으로 경북·울산·대구지역 주민들은 ‘실망과 분노·좌절’로 감정이 폭발했다. 특히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된 뒤 과학벨트까지 불발로 끝나 정부 불신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전날(15일) ‘과학벨트 경북·울산·대구 3개 시·도 범시도민유치추진위원회’ 주최로 가진 궐기대회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가 대정부투쟁에 나서고 있다. ‘범시도민유치추진위원회’는 15일 경북도청 광장에서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과학벨트 유치 범시도민궐기대회를 갖고 유치를 다짐했다. 대회에선 과학벨트 입지선정이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정치논리에 따른 분산배치설까지 나오면서 객관적·합리적으로 선정할 것을 주장했다.이 자리엔 단식 3일째인 김관용 경북도지사까지 참석했다. 삭발을 한 이상효 경북도의회 의장은 규탄사에서 “상식을 벗어난 정치과학벨트로 결정되면 경북은 더 이상 중앙정부에 기대하지 말자”고 주장했다.특히 과학벨트 경북입지를 요구하는 4명의 혈서식이 열렸다. 후보지 중 한곳인 포항에선 ‘과학벨트 결사쟁취 및 3각 분산배치 음모분쇄 총궐기대회’를 열고 포항향토청년회 정원택 회장 등 4명이 삭발, 결의를 다졌다.경북도는 과학벨트 유치가 안 되면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거부, 고준위방폐장 건립 반대 등 주요 지역현안사업도 받아들이지 않을 계획이어서 사태가 예사롭지 않다.
◆호남, 국회서 기자회견 갖고 반발=호남권은 ‘정치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강운태 광주시장이 주장한 삼각벨트로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호남권유치위원회는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강운태 시장, 윤봉근 광주시의회의장, 정순남 광주시 경제부지사, 김진의 호남권유치위원회위원장 등과 김영진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벨트 입지결정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유치위는 “언론에 보도된 입지결정은 특정지역을 염두에 둔 정략적 심사란 의혹을 씻을 수 없다”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심사한다면 광주가 지반안정성과 부지확보 용이성이 절대적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가 1등이 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해 심사기준을 자의적으로 바꾼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견해다.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충청권 방문을 앞두고 있어 유치 최종 결과 발표를 18일에서 16일로 앞당긴 것도 과학벨트 유치와 관련해 미리 언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충청권, 환영 속에 당혹감=대전과 충남은 “3개 시·도의 공조는 변함없다”면서 충청권 입지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대통령 공약으로 충청권에 과학벨트가 자리 잡게 된 데 의미를 뒀다.그러나 대전, 충남·북이 함께 추천한 세종시가 후보지에서 빠져 공조명분이 사라졌고 여기에 충북이 신청한 오송·오창 기능지구 제외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변재일 국회의원(민주, 청원) 등 과학벨트사수 충북지역 민관정공동대책위원회는 충북에서 후보로 신청한 오송·오창 기능지구 제외설에 반발하고 나섰다.충북공대위는 “과학벨트가 소위 대구와 광주로 이어지는 삼각벨트 등 충청권 이외 다른 지역에 나눠 배치되는 건 ‘정치벨트’로 규정, 충청권 전체가 정부 불복종운동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충북공대위는 15일 오후부터 도민들과 함께 촛불집회, 철야농성 등을 벌이고 있어 영남·호남권 못잖게 시끄럽다.이영철 기자 panpanyz@<ⓒ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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