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똑똑하고 야무지던 금란 씨가 키워주신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고 돌아선 꼴이 되었으니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그 후의 행보에는 아쉬운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무리 결혼을 며칠 앞두고 애인에게 배신을 당했다지만, 또한 수년 간 아버지의 도박 빚으로 인해 이루 말 못할 고초를 당해왔다지만, 순리에 따르지 않는 조급함을 보이는 게 못내 안타깝더라고요.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키워주신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고 돌아선 꼴이 되었으니 그는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고요. 매주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인터넷 게시판은 물론 각 가정마다 갑론을박이 인다는 사실, 혹시 아실는지 모르겠네요. 키워준 정이 우선이다, 천륜이 우선이다, 당장 친부모 댁으로 옮겨 앉고 싶어 했던 금란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남는다, 이해 못하겠다, 금란이 대신 누릴 거 다 누려온 정원(김현주)이가 알아서 집을 나가줘야 옳다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자칫 싸움이라도 한 판 벌어질 기세더군요. 금란 씨 편에 선 이들은 금란 씨가 그간 대학 진학도 못한 채 가족을 위해 희생해왔던 터라 품새가 좁은 건 당연한 이치라며 안쓰러워들 합니다. 안 해도 될 고생을 했으니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느냐, 제 자리에서 성장했다면 얼마든지 너그럽고 여유 자적한 품성을 지녔을 게 아니냐고들 하죠.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가난하다고, 문제를 지닌 가정이라고 아이들이 다 비뚤어질리 있나요. 그렇다면 반대로 돈 많고 명성 있는 부모를 둔 자식들은 죄다 훌륭한 인품을 지녔게요? 설마 그럴 리가 있습니까. 얼마 전 모 재벌가 아들이 음주 운전에 뺑소니로 구속된 거 보셨잖아요. 물론 넉넉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게 최선이긴 하겠지만 돈이 많다고 다 좋은 가정은 아닌 거거든요.<H3>금란 씨, 그 자존심은 다 어디로 갔나요</H3>자신이 저지른 온갖 악행은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걸 부디 잊지 않길 바랍니다.
짐작컨대 사람의 품성은 태생적인 면과 환경적인 면이 반반씩 작용하지 싶어요. 따라서 금란 씨나 정원 씨의 잘잘못은 낳아주신 어머니와 길러주신 어머니, 두 분 모두에게 골고루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금란 씨의 겉으로는 천생 요조숙녀지만 속으론 질투심 많고 남에게 지고는 못 사는 승부욕만 해도 생모(박정수)이신 평창동 어머니를 빼닮은 것 같더군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기다릴 줄 모르는 성급함도, 하다못해 검사라는 직업을 좋아하는 속물근성까지 똑 닮았던 걸요. 보고 있자면 모전여전이란 소리가 절로 나와서 하는 얘기에요. 솔직히 키워주신 어머니(고두심)에겐 그런 허영심 따위는 없잖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지금까지는 태생적이든 환경적이든 부모님의 영향 하에 인격이 형성되었다면 이제는 금란 씨 스스로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 올바른 가치관을 지닐 수 있도록 노력할 단계가 아닐까요? 본의는 아니었지만 이때껏 금란 씨의 자리를 차지하고 삼십년 가까이 살아온 정원 씨에게 분노를 느끼는 것도, 또 그 모든 것을 돌려받고 싶은 심정도 백번 이해가 갑니다. 알고 보면 내 집과 내 부모거늘 집에 들어오는 걸 허락하느니 마니 하는 정원 씨가 어이없고 괘씸한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정원 씨가 가진 걸 훔치려 들어서야 쓰나요. 저는 적어도 금란 씨가 자존심 하나만은 서릿발 같다고 믿었던 터라 지난 번 기획안이 메모된 정원 씨의 수첩을 훔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건 사람과 사람 사이를 흐트러트리고 끊어 놓는, 인간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짓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는 사실이겠죠. 어머니와 정원 씨 사이를 살금살금 이간질 시키더니 결국엔 집에 들어오는 첫날부터 어머니로 하여금 정원 씨 따귀를 때리게 만들었잖아요. 이미 모든 게 금란 씨의 것이거늘 왜 그리 조급증을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차차 송 편집장(김석훈)을 비롯한 정원 씨의 인간관계 전부를 끊어 놓으려고 들 금란 씨가 걱정이 되는군요. 자신이 저지른 온갖 악행은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법이라는 거, 부디 잊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