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금융위원회가 10일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에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겸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을 임명제청하면서 사실상 차기 산은지주 회장으로 강 위원장이 내정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산은금융지주 민영화가 급물살을 탈지 여부에 금융권의 눈이 쏠리고 있다. 산은 민영화는 MB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임기의 절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표류 상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정책금융·중소기업 지원 기능이 중시되면서 민영화 논의는 쑥 들어갔고, 그마저도 우리금융 민영화에 우선순위가 밀렸다. 민영화에 필수적인 수신비중도 여전히 미미하다. 산은이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산은의 총 부채 중 예수금의 비중은 16.9%에 그쳐 시중은행들에 비해 현격히 뒤쳐진 상태다. 수신기반 확충의 핵심인 점포수도 전국 55개에 불과했다. 지난 해 산은지주가 9000억원, 산업은행이 1조4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올리며 선방했지만 이 중 2000억~3000억원을 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에 고스란히 배당으로 바치게 돼 민영화 추진 여력도 떨어지게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강 위원장이 취임하면 이같은 분위기도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임직원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 산은 내 한 고위 임원은 "산은지주 민영화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힘 있는 분' 인 만큼 오셔서 진전을 이뤄주셨으면 하는 기대가 많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임원은 "강 위원장의 강력한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산은금융의 해외사업을 넓히는 데 힘써줬으면 한다"며 "선견지명을 갖고 해외부문 확대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관료 출신인 강 위원장이 정부와 산은간의 다리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한 팀장급 직원은 "대정부 업무가 많은 산업은행의 특성상, 관련 업무를 받을 때 유리한 점이 많을 것"이라며 "전임 행장이 관료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으로 대정부 업무가 다소 미흡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위원장이 민영화라는 방향성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한 직원은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간 인사가 오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는데, 관료 출신인 강 위원장이 산업은행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산은 노조도 성명서를 통해 "강 내정자는 관료 출신으로 금융기관 경영능력이 검증된 바 없다"며 "산업은행을 국가경제의 든든한 기둥으로 만들고 키우는데 전 직원의 모든 힘을 쏟아야할 시기에, 퇴직관료의 경영능력을 시험하는데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강 위원장이 산은지주 회장에 취임하면 우리증권과 대우증권간 합병 시나리오가 곧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대부분 오너를 두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의향만 있다면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을 합해 투자은행(IB)으로 키우는 것은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강 위원장이 오면 전반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날 기자단과 가진 만남에서 기자들이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매각 혹은 합병계획에 대해 묻자 "우리 금융산업이 그동안 시장리스크 때문에 잔뜩 쪼그라들어서 아무것도 못해 변화의 시대상에 못 맞췄다"며 "지금 머릿속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앞으로 큰 지도들이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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