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빌 게이츠를 위해' 학생정신건강사업 확대

빌 게이츠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그는 학교 부적응아였다. 유복한 환경에서 열 한 살 되던 해에 시애틀의 유명사립 레이크사이드 스쿨에 입학했지만 엄격한 교육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항적인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심리치료사'로부터 아동심리 치료까지 받으면서 그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다양한 책을 읽으라는 심리치료사의 조언을 따르면서 엄청난 양의 독서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의 이야기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를 상담과 심리치료로 잘 극복해 낸 그는 17세에 선배와 함께 소형 컴퓨터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19세이던 1975년에는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마침내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설립했다. 개인용 컴퓨터(PC) 성장을 예측하고 'Windows 3.1'을 성공시키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초고속 성장신화를 썼다. 이런 그에게 지금까지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정서적 안정의 시간이다. 빌 게이츠는 일 년에 두 번씩 미국 서북부지역의 작은 별장에 칩거해 왔다. 그는 일주일 간 다른 것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이디어와 전략 구상에 몰입한다. 이 '생각 주간'을 통해 그는 인터넷 브라우저시장 1인자인 넷스케이프를 제친 익스플로러를 구상해냈다. 온라인 비디오 게임시장에 진출했던 것 역시 '생각주간' 발(發) 작품이다.2008년 33년간 이끌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영에서 손을 뗀 빌 게이츠에게 이제 남은 과제는 기부ㆍ자선사업이다.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리스트에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연속으로, 그리고 2009년에 1위에 오른 빌 게이츠의 두 번째 인생은 돈을 쓰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2000년에 설립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을 통해 기부 사업을 펼치는 것. 그런 그의 기부계획 면면은 자신이 지적ㆍ정신적으로 성장했던 환경에 대한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는 우선 빈민 지역 교육환경 개선에 18억5000만 달러, 저소득층 장학 사업에 16억 달러 규모의 기부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학생 장학금에도 5억 달러, 공공 도서관 고속통신망 개선에도 7백만 달러를 지원한다. 상담과 치료로 자신을 키워내고 교육과 독서를 통해 성공하는 삶을 살게된 기억을 그는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이처럼 빌 게이츠와 같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신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학생정신건강검진'이 우리나라에서도 도입돼 내년부터 모든 학교로 확대된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학생정신건강검진사업 대상을 지난해 1126개교, 24만2000명에서 올해 4300개교, 90만명으로 늘리고 내년에는 전체 초ㆍ중ㆍ고교로 확대한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전국의 모든 초ㆍ중ㆍ고교생은 3년에 한 번씩 우울, 불안, 주의력결핍과잉행동(ADHD) 등 정서ㆍ행동 장애 여부를 살피기 위한 선별검사를 받게 된다.검사는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실시한다. 3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는 것이다. 검사결과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학생은 정신보건센터나 지역교육지원청 위(WEE) 센터 등에서 전문상담과 심리치료를 받게 된다. 교과부는 상대적으로 문제가 덜한 학생도 학교별로 마련된 자존감 증진 프로그램 등을 이수하게 할 방침이다. 박희근 교과부 학생건강안전과장은 "정신질환 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달리 정신건강 문제는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완치 가능하다"면서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ㆍ발달 지원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한편, 이에 앞서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은 지난 10일 오전 경기중소기업센터에서 경기도청(도지사 김문수)과 7개 정신보건학회ㆍ협회와 '경기도 어린이 정신건강증진사업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 체결을 통해 도교육청과 경기도 그리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의 단체는 서로 힘을 모아 학생들의 정신건강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전체 약 20만명을 대상으로 ADHD 등 정신건강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경기도는 2차 검진과 치료지원 및 맞춤형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신보건학회와 협회는 전문지식을 활용해 업무 담당자를 지원하고 학술연구활동 지원 등에 나선다.김도형 기자 kuerte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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