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은 다르지만 해외 여행 부푼 꿈 가득'

[르포] 연휴 맞아 여행객 몰린 인천공항 표정

설연휴를 맞아 해외여행객이 사상 최고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 31일 인천공항에 해외여행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진=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설 연휴를 맞아 인천국제공항에 사상 최대의 해외 여행객들이 몰리고 있다. 휴가를 낼 경우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데다 대기업들의 실적 호조, 환율 하락, 강추위와 구제역 등이 겹치면서 해외에서 설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1일 오후 찾은 인천공항은 평소보다 20~30% 늘어난 인파로 북적였다. 저마다 사연은 다양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연휴를 함께 보내려는 이들의 부푼 꿈이 여객터미널을 가득 채운 듯 했다. 출국 수속대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단체 여행객들은 안내자의 지시에 따라 짐을 꾸리고 출국 수속 준비 서류를 작성하는 등 분주했다. 특히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E수속대 근처에서 만난 김윤미(49)씨는 남편과 함께 가벼운 옷차림으로 동남아 여행을 떠나는 길이다. 김 씨는 "몇년 전 시부모가 돌아가신 후 차례를 지내지 않고 있어 명절때 여유가 되면 남편과 함께 여행을 간다"며 "아이들은 이미 다 커서 같이 가자고 해도 안 간다"고 말했다. 태국 파타야로 간다는 김현우(37)ㆍ이민주(34)씨 부부는 지난해 5월 결혼했지만 일이 바빠 미처 못 간 신혼여행을 이제야 가는 길이였다. 김 씨는 "원래는 추석 연휴 때 시간을 내서 가려고 했는데, 결혼 후 첫 명절이라 친척들과 보냈다"며 "이번 처럼 명절 연휴를 좀 늘려서 사람들이 일년에 한 두번이라도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좀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31일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수속대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하고 있다. 사진=김봉수기자

골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았다. 골프채를 카트에 싣고 가는 여행객들이 종종 눈에 띄었는데, 이중 한 여행객은 "골프 여행 가냐"고 묻자 "그건 왜 묻냐. 내 사연은 알려고 들지 마라"며 황급히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 여행객이 몰려들자 바빠진 것은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여러 종사자들이었다. C수속대 쪽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조순익씨는 "점심 먹고 나서부터 근무했는데 단체 여행객이 잔뜩 빠져나가면서 이런 저런 문의를 많이 해 힘들었었다"며 "모두들 연휴에 떠나는 부담없는 해외 여행이라 그런지 신나있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인천공항 인근 신도시에 사는 평범한 주부지만 매일 오후 2시부터 오후7시까지 5시간 동안 카운터에 나와 여행객들의 이런 저런 민원을 처리해 준다고 했다.손님이 잔뜩 몰려들자 여객터미널 내 식당ㆍ매점ㆍ약국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나 손이 바빠지는 청소원 아줌마들 등은 힘겨운 모습이 역력했다. 한 약국의 직원은 피곤이 가득한 얼굴로 서 있다가 "손님이 얼마나 늘었냐"고 묻자 "바쁘니 질문하지 말라"고 손을 휘저었다. D수속대 근처 화장실에서 만난 청소원 아줌마는 "남들 좋아하는 명절때만 되면 우리는 더 우울하다. 일이 두 배로 늘기 때문"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한편 2월 1일 하루 동안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빠져 나간 사람은 5만4469명에 달하며, 연휴가 시작되는 2일에 가장 많아 5만7508명이 출국할 것으로 전망됐다. 오는 2월 6일까지 7일간 28만3117명에 이르러 지난해 설 연휴 때보다 13.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입국자 수도 크게 늘어 설 연휴 기간 동안 입국하는 사람은 총 30만5785명으로 전년 대비 28.9%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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