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조광래 감독의 전략적 카드가 적중한 한판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에이스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보이지 않았다.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9일 오전 카타르 도하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1 아시안컵 3, 4위전에서 구자철과 지동원(전남)의 연속골에 힘입어 3-2로 승리했다.이날 경기에선 이전 5경기와 달리 초반부터 4-1-4-1 포메이션이 가동됐다. 한일전 후반부터 잠시 가동됐던 전술이다. 더불어 중앙 수비수로 뛰던 홍정호(제주)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수비력은 물론이고 스피드과 패스 센스도 뛰어난 홍정호의 재능을 십분 활용하려는 의도였다. 기성용(셀틱)과 이용래(수원)의 체력이 떨어진 점도 감안됐다.비록 순간적인 수비의 허점으로 두 골을 내줬지만 결과적으로 조 감독은 노림수는 적중했다. 특히 우즈벡이 4강에 오르기까지 돋보였던 세르베르 제파로프(분요드코르)의 활약은 이날 찾아보기 힘들었다. 홍정호는 꾸준히 제파로프의 움직임을 방해한 덕분이었다. 제파로프는 2008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선수 출신의 우즈벡 간판 미드필더. 지난 시즌에는 FC서울로 임대 이적해 18경기 1골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10년 만의 우승에 공헌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대표팀 주장이자 공격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고, 2골 2도움을 올리며 우즈벡의 사상 첫 아시안컵 4강행을 이끌었다. 그런 제파로프가 꽁꽁 묶이자 기성용과 이용래는 온전히 공격에 힘을 쏟을 수 있었다. 동시에 이들이 올라가며 생긴 빈 공간도 홍정호는 적절히 메웠다. 볼은 간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빠르게 전방으로 공을 연결한 것도 돋보였다. 지동원(전남)의 결승골 역시 홍정호의 발끝에서 비롯됐다.홍정호가 제파로프를 적절히 봉쇄했던 것에는 지난해 K-리그 챔피언결정전의 경험이 한 몫 했다. 당시 그는 중앙수비수였지만 전방에서의 침투 능력이 뛰어나고 개인기가 좋은 제파로프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 여러 차례 비디오를 보며 제파로프에 대해 연구했고, 그의 봉쇄법에 대해 고민했다.그 노력은 이제서야 빛을 봤다. 불과 한 달 전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는 FC서울에 우승을 내주며 판정패했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각국 대표팀으로 만나 멋지게 설욕전을 펼친 것이다. 홍정호는 김영권(도쿄)와 더불어 한국 축구가 기대를 거는 수비 유망주다. 프로 데뷔 첫 해에 K-리그 준우승에 이어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에서 쌓은 소중한 경험은 그가 진정한 '홍명보의 계승자'로 성장하는 데 기틀이 돼줄 것이다.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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