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 사장, 임원에 ‘턱시도’ 맞춰준 까닭은?

2010년 송년회에 전 계열사 임원에 특별 선물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해 12월 하순경.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복합업무단지 오션프라자에는 턱시도를 입고 나비 넥타이를 맨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이날 호스트는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이었고, 손님들은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14개 계열사 임원들이었다. 전년까지 서울과 거제도 옥포 조선소로 나눠 송년회를 개최했던 남 사장은 2010년을 떠나보내는 마무리 행사를 전 임원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뜻에 따라 거제도에 장소를 잡았다고 한다.이날 참석자들이 입고 온 턱시도는 남 사장이 임원들에게 전달한 선물이었다. 남 사장이 직접 턱시도 전문가에게 의뢰해 모든 임원들의 체형에 맞춰 특별히 제작했다고 한다.대우조선해양의 이사급 이상 50여명을 비롯해 계열사는 상무급 이상 등 총 100벌에 달했다. 하지만 선물을 한 이유는 충분했다. 임원들이 너무 자기 일에만 열심히 하다 보니 대접 받을 때 대접을 받는데 수줍어 했기 때문이다.광활한 조선소에서 추위와 더위를 불사하며 배를 만드는 조선사업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가 수주의 성패를 좌우하는 고차원의 영업사업이기도 하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사들이 그룹 계열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하는 배경도 CEO나 임원들이 선주들을 직접 만나 VIP 마케팅을 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쌓은 인맥과 특별한 영업 노하우 때문이다.이들 임원들은 유럽과 미국 등 거대 선주들과는 회의는 물론 파티 등을 통해 자연스레 만남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문화에 대한 차별감을 없애야 한다. 회사 생활 수십년간 해외를 수도 없이 돌아다닌 남 사장은 특히 이러한 점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모든 임원들이 남 사장과 같지는 않았다. 배 한척을 수주하면 조선사 임원들은 계약식 직후에 이어 건조 과정, 명명식 직후에 선주사가 여는 파티에 참석한다. 매년 옥포조선소에서 인도되는 배가 60척 이상이라 임원들이 돌아가며 매월 한 차례 이상은 선주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것이다.그런데 조선소에서만 일하다 보니 파티 문화를 잘 모르는 일부 임원들은 집에 있는 양복을 입고 나오거나, 호텔에서 잠시 빌려 입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복장도 불편한데다가 파티 분위기도 어색하니 선주가 베푸는 감사의 자리에서도 소극적으로 있다가 오는 사례도 많다.보다 못한 남 사장이 앞으로 임원들도 당당히 즐길 때에는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턱시도를 맞춰줬다고 한다. 이날 남 사장은 깔끔한 복장으로 자리를 함께한 임원들의 모습을 보고는 크게 기뻐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붙잡고 옷매무새는 물론 구두와 허리띠까지 파티의상의 코디를 직접 조언해 줬다는 후문이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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