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굽 동물에 전염, 바람 통해 60km까지 전파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전국이 구제역 재앙에 시달리고 있다. 6개 시도와 50개 시군에서 108여건이 발생, 소, 돼지 등 140여만 마리가 매몰처분됐다. 이에 따라 우리 축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도대체 구제역이 뭐길래 이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는 걸까? 12일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구제역은 소와 돼지, 양, 염소처럼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서 생기는 질병이다. 증상은 동물에 따라 다르다. 한우나 젖소는 먼저 체온이 급격이 올라가고 젖이 줄어든다. 특히 혓바닥에 물집이 잡히는 게 초기 증상이다. 이후 입이나 혀, 발굽, 젖꼭지에서 물집이 생기고, 절뚝거리며, 되새김질이나 사료를 먹지 못한 채 거품이 섞인 침을 흘린다.
구제역에 감염된 소가 거품 섞인 침을 흘리고 있는 모습.
돼지는 절뚝거림과 함께 발굽, 입, 코 등에 물집이 생기는 게 증상이다. 어린 돼지는 발굽이 빠지기도 한다. 염소나 양은 증상이 미미한 편으로 발굽과 입에 작은 물집이 생기는 정도다. 구제역의 잠복기간은 2~14일 정도지만 여러 마리가 모여 있는 농장 안에서 발생하면 3~4일 만에 증상을 보인다.
구제역에 걸린 돼지의 발굽. 발굽이 빠지고 살점이 떨어져나간 것을 볼 수 있다.
구제역은 감염 동물은 물론, 차량, 사료, 물, 기구, 사람, 공기 등으로 매우 빠르게 전파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 번 발생하면 쉽게 막기 어려운 이유가 이 때문이다. 심지어 바람을 통해 육지에서는 반경 60km, 바다에서는 250km까지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파 속도가 무서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명확한 치료 방법은 없다. 구제역은 7가지 혈청형으로 분류되고 각 혈청형마다 수 십 가지 변종이 있기 때문이다. 1개 혈청형에 면역이 됐다 하더라도 다른 혈청형의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 백신 예방접종이 가장 가시적인 수단이지만 어떤 혈청형의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접종하는 게 어려워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연구원측의 설명이다. 구제역 예방백신은 7가지 혈청형 가운데 O형. 그러나 다른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무용지물이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최근 경북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설명하며 "경기도 양주와 연천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경북지역 구제역 바이러스와 염기서열이 5~6개 다르다"면서 "새로운 구제역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인지 아니면 변형 형태인지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구제역 예방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예방접종을 해도 면역이 지속되는 기간은 길어야 6개월에 불과하다. 접종한 뒤에도 많은 양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방역당국이 내놓는 구제역 대책이 예방접종과 살처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구제역 남하를 막기 위해 전북 정읍, 김제, 익산, 부안, 군산의 소와 종돈, 모돈에 예방백신을 확대 접종한다고 밝히는 등 총력전을 펴고 있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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