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대 신계약비 누락 등 기타자산 오기
-올 분기 및 반기보고서 대차대조표상 기타자산 4개월간 오기된 채 방치-회사측 미흡한 사전점검 시인 반면 금융당국 속수무책-투자자 입장 재무상태, 경영성과 판단위한 유일 지표로 오기시 투자 판단 왜곡 -IFRS 도입 원년 재무제표 다양성 고려 사전점검 시스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동양생명보험이 올해 공개된 사업보고서상 재무제표(대차대조표상 기타자산 항목) 기재오류로 4개월여간 투자자 혼선을 빚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8일 뒤늦게 기재정정 공시를 내보냈지만 이 또한 구체적인 정정사유를 명시하지 않는 등 후속조치도 미흡했다는 평가다. 회사측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한 재무제표 공개 직전 사전 점검을 행하지 않았던 점을 시인한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특성상 나타나는 개별회사별 다양한 재무제표 형태로 관련 수치들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수 없다는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이에 대해 회계법인 등 업계에서는 사업보고서상 재무제표가 투자자 입장에서 해당 법인에 대한 재무상태 및 경영성과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자료인 만큼 단순한 기재오류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당 기간 동안 왜곡된 투자 판단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회계기준(IFRS) 원년인 올해부터 재무제표가 더욱 다양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사전 점검 시스템 구비 및 후속 제재 기준 마련 등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감독원 및 동양생명보험에 따르면 올 1·4분기 및 반기보고서 대차대조표상 기타자산 항목으로 분류된 12개 항목이 (회계법인 감사를 받은 감사보고서 원문 대비) 한 칸씩 위로 밀려나면서 4개월여간 기타자산 항목 전 계정과목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채 방치됐다. 이 과정에서 올해 반기의 경우 기존에는 없던 신계약비가 8088억원으로 변경되는 등 투자자 혼선이 가중됐다. 보험미수금, 미수금, 미수수익 등 대손충당금 설정이 필요한 계정과목의 경우 대손충당금이 본 계정 항목을 초과하는 등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기재 방식이다. 이는 최소한의 단순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핵심 근거이기도 하다. 문제의 발단은 DART에 사업보고서상 '재무에 관한 사항'을 입력할때 수치 오류를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업체 IR 및 회계담당자들이 DART에 해당 수치를 입력할 때 대분류로 '금융회사' 혹은 '비금융회사'로 분류만 가능할 뿐 재무제표 수치 입력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근본 대책은 세워져 있지 않다. 금융당국 입장은 '투자자 판단 혼선 가능성에 대한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달리 대안이 없다'는 식이다.장성욱 금융감독원 전자공시팀 수석조사역은 "업체 담당자들이 DART 사업보고서에 재무제표 수치를 입력할 때 재무회계표준코드(XBRL)가 적용된다"며 "하지만 금융회사 혹은 비금융회사 등의 업종을 구분하는 최소한의 프로그램만 실현될 뿐 수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융회사의 경우 워낙 재무제표 입력 방식이 다양해 (재무제표 수치 입력시) 체킹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은 내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점검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이 기술적 한계 및 비용 부담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표명했다. 사전 점검 필요성을 금융당국 내부에서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는 소홀하다는 의미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올해부터 IFRS 제도가 상장법인별로 의무적용될 경우 재무제표는 더욱 다양화돼 투자자들이 또 한번의 혼선을 겪을 수 있다"며 "비금융회사의 경우 재무제표 적용 방식이 법인별로 크게 다르지 않아 금융당국이 제시한 표준코드를 통해 오류를 사전 점검할 수 있지만 금융회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IFRS 제도 도입 이후 재무제표 기재 오류가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는 점은 경험적으로 증명된 것 아니냐"며 금융당국의 조치 마련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재오류시 금융당국의 업체에 대한 사후조치(징계)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다른 한 금융투자업계 유관기관 관계자는 "DART 사업보고서의 재무제표 수치는 투자자에게 있어 재무상태 및 경영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며 "만약 그 오류 수준이 상당 부분 투자자 가치를 저해했다고 판단될 경우 (업체측에) 이에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하는게 대안이라면 대안"이라고 전했다. 사업보고서 기재 과정에서의 동양생명측의 임무해태도 지적 대상이다. 기재오류에 대한 해명도 명쾌하지 못하다. 해당 재무제표가 회계부서로부터 공시 시한 직전 넘어온 점을 오류의 핵심 사유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성유철 동양생명 IR 파트장은 "감사받은 재무제표가 공시 마감 직전 IR 팀으로 넘어와 시간상 해당 수치 입력 후 면밀한 검토를 할 수 없었다"며 "향후에는 재무제표를 DART에 입력하기 전에 사전 점검을 통해 오류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동종업계 한 회계부서 실무자는 "보통의 경우 DART에 재무제표를 입력할 때 금융회사는 수치 오류 검증이 되지 않으므로 중요한 일부 항목별로 비금융회사로 분류한 후 검증, 오류 테스트를 한 후 올리는게 관례"라며 동양생명의 부주의함을 꼬집어 말했다. 다른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기업에 속하는 그것도 금융회사가 이처럼 회계처리에 관한 투자자 가치 보호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기재정정 공시를 통해 잘못을 밝혔지만 이 또한 구체적인 정정 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점을 볼때 사전에 인지하고도 투자자에게 공개하기 꺼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액차이로만 볼때 단순 기재오류로 보기에는 너무 큰 것 아니냐"며 "앞으로 투자자들도 사업보고서를 100% 신뢰할게 아니라 전후 사정을 감안해 판단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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