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기자
[출처 : 블룸버그]
반면 거스너 주니어(사진)는 피오리나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며 취임 초 인터뷰는 물론 100일이 지났을 무렵 언론이 홍보기사를 싣겠다고 하자 이같이 말했다고 합니다.“고맙지만 사양하겠소. 당면과제를 분석하느라 힘겨운 날을 보냈을 뿐이요”그는 또 나중에 한 언론사의 편집자에서 이렇게 토로합니다.“이 정도로 큰 기업에서 한 달 정도 만에 변화 일정표를 제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경영에서 뭔가 거대한 계획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로 잡고 싶습니다. 그런 건 없습니다.”거스너 재임시절 IBM의 매출 이익은 완만하게 상승, 첫 재임 1년간 5%, 재임 마지막 1년간은 9%까지 상승했습니다.업무파악으로 분주하신 구 부회장님께서는 두 사례 중 어떤 방향을 택하시고 계십니까? 외부에 비쳐지기는 아마도 거스너에 가깝지 않나 보여집니다. 일체 언론 접촉을 하지 않고 조용히 업무파악하시느라 생산현장을 순회하고 계시니까요.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LG전자의 CEO는 소비자와의 소통에 벽을 쌓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B2B가 아니라 B2C기업으로서 TV와 핸드폰, 생활가전은 과거와 달리 만들면 팔리는 시대가 아니라 소비자와의 생각을 담은 제품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겁니다.이를 위해서는 내부 R&D직군 뿐 아니라 폭넓은 임직원들과의 만남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물론, 소비자의 판단과 지적을 객관적으로 가감없이 전달해 줄 수 있는 직군 중 하나는 ‘기자’집단도 될 수 있을 겁니다.전자업계에서 수십년간 근무하셨고, 오너의 일가라서 세상의 기대가 무척 큽니다. 그러나 LG전자가 가야 할 길은 당장의 기대충족이 아니라 향후 100년 지속 가능한 기술개발 토대 마련과 이를 통한 소비자친화제품 출시, 또 내부적으로는 1등정신으로 무장됐으면서도 근무하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하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LG전자가 3분기에는 적자를 낼 것이라고들 증권가가 점치고 있습니다. 최근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반도체부문을 제외하고도 2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냈으니 심적으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으시겠죠.하지만 구 부회장님이 세상(소비자)와 소통하시면서 ‘LG전자’에서 ‘한방’의 역전을 노리는 제품보다는 ‘시대를 앞서가는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제품’으로 글로벌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길 기대해 봅니다.1996년 뉴질랜드 산악인 롭 홀은 해발 8500미터 차가운 에베레스트 산속에서 죽어가며 마지막으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아내와 작별인사를 하려고 고군분투했습니다.“잘 자, 사랑하는 당신. 너무 걱정하지마’위성전화가 없었다면 세계인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 감동적인 이 마지막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을 겁니다.그런데 막상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화연결을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리듐’프로젝트를 단행한 모토로라의 현재는 초라하기만 합니다.앞으로 구 부회장님의 앞서가는 경영판단과 소통, 추진력에 임직원들의 결속력이 더해져 LG전자가 다시 한번 세계 휴대전화 및 TV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박성호 기자 vicman120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