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사랑하는 신한가족 여러분, 이미 언론을 통해 들어 아시겠습니다만 엊그제 열린 이사회에서 신상훈 사장의 직무정지가 결정됐습니다. 모든 이사님들께서 고소의 사유를 충분히 이해하셨으며 올바른 결정을 내려 주셨습니다.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법적 판단은 검찰에서 내려야 하고 조직의 빠른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내리신 결정이었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최근에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신한이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느끼며 모든 것을 은행에 바쳐 왔던 직원들이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 걱정을 끼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6월 이번 사건의 편린을 인식하게 됐고 내부 조사를 거쳐 8월 말에야 제대로 된 진상을 보고받았습니다. 그 결과, 이번 사건이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는 판단이 들었고,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습니다. 그간 신한은행이 쌓아온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임 은행장이셨고 존경하던 선배가 관련된 일이었기에 처음에는 사실조차 인정하기 힘들었고 해결방안을 내리기까지 외로운 고뇌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록 지금 당장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오로지 신한은행의 창업정신과 미래, 무엇보다 은행에 인생을 걸고 있는 직원들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만일 잠시 스쳐가는 직장으로 신한을 생각했다면 이번 사건을 회피했을지 모릅니다.그러나 우리 모두가 신한은행의 주인이기에 이 문제를 그냥 덮고만 가는 것은 은행과 후배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는 신한가족 여러분, 이번 사건의 본질은 은행의 백년대계를 위해 부정과 부도덕한 해위를 뿌리 뽑고자 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은행의 원칙과 규정은 지위고하를 떠나 어느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돼야 합니다. 금번 은행의 조치는 '누가'잘못되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잘못되었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겪으며 참으로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고뇌 끝에 내린 판단에 대해 신한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오해와 루머를 퍼뜨릴 때마다 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때로는 사실을 낱낱이 대, 내외에 알리고 여론의 힘에 의지하고 싶은 유혹도 있었습니다.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신한이라는 조직에 상처가 깊어지는 것이 염려되어 스스로 자제했습니다. 진실은 관련기관의 조사에 따라 분명히 밝혀질 것입니다. 여러분은 부디 그간 겪었던 은행장의 고뇌를 이해해주시고 충심을 믿어주시기 바랍니다.신한가족 여러분, 훗날 돌이켜 보면 이번 사건은 오히려 신한정신을 바로 세우고 더욱 깨끗하고 건실한 은행으로 성장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직원들은 투명한 원칙과 규칙을 바탕으로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소신이 존중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은행의 가치는 더욱 커져갈 것이며 그 결과 고객과 투자자들께 더 큰 이익과 가치를 돌려드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신한은행이 이 땅에 존재하면서 한국 금융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사명을 다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제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본 건이 가닥을 잡았고, 앞으로 관련 기관의 조사에 따라 마무리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외부에 돌렸던 눈과 귀를 다시 고객에게 돌리고 각자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합시다. 임직원 여러분, 신한은행은 그간 수많은 어려움과 고난의 시기를 겪어왔습니다. 하지만 은행의 주인인 직원들의 단결과 헌신을 바탕으로 언제나 훌륭히 극복해왔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저를 포함한 경영진 모두는 뼈아픈 자성을 하게 됐습니다. 이제 은행을 위해 다시금 분골쇄신할 것입니다. 저는 금번 사태도 신한가족모두가 다 함께 힘을 모아 훌륭히 극복해나갈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금번 사건에 연루된 직원에 대해서도 최대한 배려를 할 것입니다. 해당 직원들은 오직 은행의 발전을 위해 본연의 업무에 더욱 정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신한가족 모두에게 크나 큰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되어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의 상처를 딛고 신한은행의 미래를 향해 함께 전진할 수 있도록 다 같이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신한의 저력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이현정 기자 hjlee30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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