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들이 29일 줄줄이 자진사퇴하면서 향후 정국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파문은 현 정부 출범 당시 이른바 '고소영·강부자' 내각 파동을 겪으면서 이춘호, 박은경, 남주홍 장관 후보자 3명이 낙마한 것과 유사해보인다. 상황에 따라 만만찮은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는 것. 40대 젊은 총리 후보로 중앙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김 후보자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됐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의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더는 누가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총리 후보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위장전입 등 각종 의혹으로 야권으로부터 '비리 종합선물세트'라는 비난에 시달렸던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쪽방촌 투기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여론의 부담과 정치권의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낙마했다. 신재민, 이재훈 후보자는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통해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총리 및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첨예하게 맞섰던 여야의 표면적인 갈등은 일단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총리 후보자는 물론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국회 본회의에서 총리 인준안 처리 및 이 대통령의 장관 임명을 놓고 야기될 수 있는 극한대립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이다. 앞서 한나라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총리 인준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8.8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3명의 국무위원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서 정국의 주도권은 야당으로 넘어갔다. 형식은 자진사퇴이지만 사실상 청문회 정국을 주도한 야당의 완승이다. 특히 공정사회와 친서민을 화두로 정국을 주도하려는 여권의 계획은 당장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7.28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수세에 몰렸던 야권은 정국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으로서는 총리 및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국정운용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6.2지방선거 참패 이후 7.14 전당대회를 거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 7.28 재보선에서 완승,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지만 인사 난맥상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이른바 '공정한 사회'를 강조하면서 한나라당은 친서민 중도실용정책의 강력한 뒷받침을 강조해왔지만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나타난 부정적 이미지 탓에 친서민 정책 추진의 동력이 상당 부분 훼손됐다. 반면 민주당은 7.28 재보선 참패로 잃었던 정국주도권을 회복한 만큼 향후 공세적 태도로 나올 전망이다. 당장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거취도 논란이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 및 천안함 유족 동물 비유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만큼 조 후보자의 자진사퇴 또는 대통령의 지명철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또한 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은 이날 성명에서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도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와함께 청문회 정국에서의 승기를 바탕으로 9월 정기국회에서는 4대강 사업과 남북관계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대여 공세를 보다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의 인사검증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나타난 각종 의혹들을 청와대가 8.8개각 발표 이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도 문제이지만 이를 알고도 개각 발표를 강행했다면 더 큰 문제라는 게 여야의 공통된 인식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30~31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예정된 정기국회 대비 의원연찬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하면서 청와대 민정라인의 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와함께 새로운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인선과 관련, 청와대 측에 보다 철저한 인사검증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후보자들이 도덕성 의혹으로 난타를 당한 만큼 후임 인선은 국민적 눈높이에 부합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여권 내부적으로는 당청관계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한나라당에서는 더 이상 청와대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대통령의 인사권과 관련한 예민한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의원총회에서는 선상반란에 모습이었다. 발언에 나선 상당수 의원들이 김태호 후보자 불가론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지난 7.14 전대에 나섰던 현 지도부는 수평적 당청관계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전대 이후에도 행정고시제도의 폐지 발표는 물론 담배값 인상 문제와 관련, 당은 정부가 구체적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이번 인사파문을 계기로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당의 발언권은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곤 기자 skzer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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