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 명장]<7>고재규 금형 명장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자신들이 개발한 모든 엔진을 전시하고 있는 BMW나 세세한 기업의 역사를 모두 간직하고 있는 도요타처럼, 우리의 앞선 금형 기술에 대한 모든 것을 후손에게 전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열다섯살 나이에 홀로 상경,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맨몸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선 기술 익히기에 전부를 걸 수밖에 없었다. 선배들 눈치보며 남몰래 기계를 만졌다. 그렇게 40여년이 지났다. 남들은 '기름밥' 먹는 일이라 꺼려했지만, '기술'이 좋다던 그는 삼성전자 기술고문직을 박차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고재규 금형 명장(56). "어린 나이에 취직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지만 운좋게 금형 공장에서 일할 수 있었죠. 당시 금형공장 사장은 소문난 부자였을만큼 엄청나게 일감이 많았던 황금기였어요." 고 명장의 회상이다. 그는 10여년 동안 금형 공장에서 일하다 1982년 삼성전기로 회사를 옮긴다. 중학교를 중퇴한 검정고시 출신이었지만 그의 기술을 눈여겨보던 주변의 추천으로 입사하게 됐다. 그는 "기술 하나만 보고 나를 뽑아줬으니 내 기술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며 "이 때부터 기술 개발과 함께 학업에 매진하게 됐다"고 했다. 회사 업무 틈틈이 야간대학을 다니며 기계공학을 익혔고 사출금형기능사, 사출금형산업기사, 금형제작기능장 등 자격증도 획득했다. 또 초단납기 금형개발 시스템을 구축, 삼성그룹내 최고 영예인 '자랑스런 삼성인상'도 받았다. 금형은 금속틀을 이용해 기계부품 등을 만드는 것이다.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일반금형, 사출금형, 다이캐스팅금형, 복합금형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 금형 기술은 금속은 물론 플라스틱, 알루미늄, 고무 등 실생활에 쓰이는 모든 도구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제품 설계도를 보고 어떤 금형 방식으로 만들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금형기술자의 역할이다. 그만큼 제조업의 기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금형의 발전은 크고 무거운 '벽돌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변화시킨 장본인이다. "금형 없이는 휴대폰이나 TV, 자동차도 만들 수 없어요.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술을 우대해주지 않아 매장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죠." 푸념은 계속 됐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다시 영세기업으로 금형 작업이 떠넘겨지고 있어 기술개발이 쉽지 않습니다. 기초기술 만큼은 공동으로 연구개발에 동참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합니다." 삼성에서 정년퇴임한 그는 현재 휴대폰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소닉스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하고 싶다"는 고 명장은 꼭 후배들에게 금형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고 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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