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1800이 코앞이다. 전날 2년만에 1780선을 돌파한 기세에 새벽 들려온 미국시장의 급등을 감안하면 1800에 도달하는 시간은 의외로 짧을 수 있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에서 마지막으로 거래된 것은 2008년 6월10일이 마지막이었다. 미국장 급등의 원인도 국내 증시로서는 반갑다. 영국 대형 금융그룹 HSBC와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 등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며 유럽증시가 급등한 영향을 받아 개장초부터 급등했다. 매크로지표도 긍정적이다. 7월 ISM 제조업지수는 55.5로 작년 6월이후 최저치로 나타났지만 예상치 54.5를 웃돌았다. 6월 건설지출은 공공건설 증가 영향이긴 하지만 감소하리란 예상을 깨고 전월대비 0.1% 늘었다.분위기는 고조된 셈이다. 그렇지만 분위기에 취해 달려나가 함께 춤을 추기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분명 박스권은 돌파했지만 바로 시세 분출로 이어지기엔 부담스럽다는 시각이 여전하다. 글로벌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선전을 이어온 코스피시장의 가격부담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주변 여건을 감안하면 박스권을 높여가고 있다는 데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이 시점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지수보다 종목이다. IT와 자동차밖에 보이지 않던 흐름에서 최근들어 빠른 순환매가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소외받던 증권, 은행, 건설 등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증시 붐을 주도했던 종목, 실적이 뒷받침되는 우량 중소형주 등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최근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주는 철강, 화학업종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주도주인 IT와 자동차의 주도력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빠른 순환매를 제대로 따라가기는 어렵다. 자칫 한발 늦게 따라가다가는 계속 단기 상투만 잡을 수 있다.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순 없다. 발빠른 전업투자자가 아니라면 관심종목을 좁히고, 길목을 지키는 전략이 유효한 시점으로 보인다.◆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 중심 수급구도가 이어지면서 종전 박스권 상단에서 지지력을 보였다. 대다수 업종이 상승했고, 개별종목으로도 시장의 온기가 확산됐다. 그래도 안심히가엔 이르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안도감과 실적기대감으로 박스권 상단을 돌파한 후 추가적인 모멘텀 확보 실패로 상승분을 반납했던 지난주의 기억이 남아있다. 사실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 선전하고 있는 코스피의 가격부담은 해소되지 않았다. 매크로 지표의 흐름도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미국 경제성장세는 속도의 둔화가 표면화됐고, 불확실한 경제여건에 대한 평가는 단기간 결론이 나지 않는다. 기업들의 실적개선세와 벨류에이션 매력이 유지되더라도 단기적인 시장대응은 한 템포 조절해야 한다. 주요국 증시의 반등세의 지속성 여부도 점검이 필요하다. 분출을 통한 상승보다 단계적인 지수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전기전자업종에 대한 외국인의 최근 이탈세도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대신 외국인의 관심이 지속된 철강, 화학 및 금융업종 중심의 대응이 유리하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IT및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의 일시적 공백을 증권, 은행, 건설 등이 보완해 줄 것이다. 이들 섹터는 글로벌 저금기 기조 하에서 대출 팽창 등으로 성장했다가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뒷전으로 물러나 와신상담 중이다. 투자은행은 레버리지 투자, 은행과 건설은 부동산 침체 등으로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글로벌 경기가 이중침체의 위험에서 벗어난다고 하면 이들 섹터에 대해서 우선 관심을 가져야 한다.특히 이들은 전형적인 내수주로 외국인에게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 불확실성에 노출된 섹터였다. 그래서 외국인에게 투자매력이 약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이제 채권시장에서 비중을 점차 늘리는 등 간접적으로 정책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게다가 과거 외국인 투자자들은 경기모멘텀이 개선되는 시점에서 증권, 은행, 건설 섹터 주식을 사들이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섹터에 대한 외국인 매매도 당분간 부정적이지 않다. 다만 이들 섹터가 규제산업화 되면서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은 미해결 과제다. 장기 성장주로 위상을 확보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IT, 그린, 화학 등 주도주들이 에너지를 응집하기 전에 한시적으로 시장 주도력을 행사할 것이란 얘기다.◆임동락 한양증권 애널리스트=글로벌 유동성과 기업이익 확장조합이 유효한 상태에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국내증시의 상승흐름은 유지될 전망이다. 물론 난관도 있다. 주중 ISM 제조업지수를 비롯한 매크로지표들의 결과에 따라 고점에서 변동성이 야기될 수 있는만큼 경계감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시장이 경기둔화에 대해 이미 내성을 키워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블딥' 징후들이 뚜렷해지지 않는 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지금 시점에서 고민은 지수보다 종목이다. 특정 업종의 쏠림보다 빠른 순환매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둔화라는 순환적 마찰요인을 고려할 경우, 균형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 수출주(IT, 자동차)와 내수주(금융, 유통, 소재)의 적절한 배분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엄태웅 부국증권 애널리스트=최근 주요 경제지표를 살펴볼 때, 국내경제는 주요국대비 견조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환율수준을 감안할 때, 앞으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수출업종들의 실적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판단된다. 수급측면에 있어서도 당분간 원화강세가 점쳐지며 환차익 매력까지 보유한 국내증시로의 외국인 매수세는 지속될 공산이 높다. 따라서 현시점은 국내증시의 가파른 반등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추세에 순응하는 전략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국내증시를 이끌고 있는 만큼 3분기 실적 모멘텀이 유효하며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는 IT, 자동차, 화학, 운수창고, 철강 업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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