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직할시공제' 사실상 무산

LH 몸집·하자책임 커져.. 분양가 인하효과도 의문안양관양지구 외엔 8개 지구 5180가구사실상 포기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를 낮추는 목적으로 도입 예정이었던 직할시공제가 시범사업을 끝으로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분양가 인하 효과는 작으면서 이에 따르는 부담은, 막대한 부채로 허덕이고 있는 LH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18일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해 9개지구 6150가구에 적용키로 했던 직할시공제에 대해 전면 재검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직할시공제는 사업시행자가 직접 전문건설업체와 공사를 계약해 시공하는 제도다. 기존 사업시행자(발주자)가 종합건설업체와 공사를 계약하고 종합건설업체가 세부공사를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종전의 도급구조를 한 단계 줄인 공사 방식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며 약 4%정도의 분양가 인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금자리주택 건설시 이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도 분양가 인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 비롯됐다. LH는 시범지구인 경기도 안양시 인덕원사거리 옆 '안양관양지구'에 우선 적용하고 지난달 30일 토공사, 파일공사, 가설건축물공사, 가설시설물공사, 가설전기공사 등을 착공했다. 이어 이달 30일에 철근콘크리트공사, 기계설비공사,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안전시설물공사 등의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직할시공제 추진방안을 확정하면서 사업승인 예정이던 보금자리주택 13만가구의 5%인 6500가구에 직할시공제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직할시공 추진지구는 안양관양을 비롯, △남양주 별내 478가구 △인천 소래 800가구 △성남 금광 673가구 △고양 삼송 918가구 △부산 고촌 410가구 △당진 대덕수청 333가구 △오산 세교1 1050가구 △증평 송산 518가구 등이다. 또 2010년 공급될 14만가구, 2011년 15만가구 중 각각 7000가구와 7500가구 정도를 직할시공 방식으로 건설토록 지구를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안양관양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구는 직할시공제 적용이 무산됐다.국토부 고위관계자는 "LH가 안양관양지구 공사를 마무리한 뒤, 다른 지구에 직할시공제 적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여러 이유로) 당초 방침에서 선회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당초 보금자리주택 분양가 인하책으로 평가되던 직할시공제를 실제 현장에 선뜻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제도가 원도급자 역할을 해야하는 LH에 막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먼저 LH가 원도급 형태로 전문 건설업체들을 일일이 선정, 감독할 경우 관리인력 부담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공사감리업체를 통해 1개의 종합건설업체를 감독하면 됐지만 직할시공 현장에 대해서는 수십개의 전문건설업체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는 LH에 전문건설업체 관리인력을 추가로 확보하도록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인력충원은 LH가 추진해야 하는 인력 구조조정 계획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더욱이 보금자리주택 명품화를 추진하는 정부가 하자문제에 대해 대부분의 책임을 져야 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종합건설사가 부담을 지는 보통의 시공방식과 달리 직할시공을 적용하면 여러 전문업체의 원청자인 LH로 민원이 쏟아지게 된다. 소비자들이 영세한 전문업체보다는 LH에 대해 하자보수 요구를 할 수 밖에 없고 수십여 전문업체의 시공으로 책임관계 규명이 모호해지며 LH로 화살이 쏟아지는 건 자명한 일이다. 최저가 낙찰제로 공사를 발주해 저가 낙찰의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사항이다. 안양관양지구 A-2 블록 전기공사의 경우 예정가격 대비 약 48% 수준에 최저가가 형성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초 직할시공제가 도입될 당시부터 LH 부담이 커지고 효율을 떨어지는 문제점이 클 것으로 예측했다"면서 "세세한 작업별로 최저가 제도를 통해 예산을 줄일 수 있겠지만 공사 완공 후에는 엄청난 하자부담이 직면하며 '혹 떼려다 혹 붙이는' 우를 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에 대해 LH관계자는 "안양관양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구에 적용할 방침은 있다"면서도 "직할시공제 추가 적용 공사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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