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주택시장의 '로또'로 통했던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들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무상지분율 경쟁, 재건축 사업 본격화 등의 각종 호재에도 아파트 가격은 연일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조합원간의 갈등으로 사업이 중단 위기에 몰린 곳도 있다. 11일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6월 둘째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보다 0.17% 하락, 15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가격 하락을 주도한 곳은 고덕주공 둔촌주공 등 무상지분율 경쟁이 치열한 재건축 사업장인 있는 강동구로, 한 주에만 0.41% 빠졌다. 지난 10일 시공사 입찰 결과 최고 161%의 무상지분율을 제시한 고덕주공5단지 59㎡의 경우 5억5000만원이었던 호가가 5억4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시공사 선정총회가 미뤄진 고덕주공2단지에서는 실망매물도 나왔다. 52.89㎡는 1500만원 하락한 5억9500만~6억3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무상지분율 경쟁으로 조합원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정작 가격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아파트의 대표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마찬가지다. 5월말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예산비를 서울시로부터 배정받아 용역회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는 호재에도 매수세가 전혀 붙지 않는 모습이다. 102㎡의 현 시세는 8억7000만~9억8000만원대로, 6월 첫째주보다 500만원이 더 빠진 상태다. 단일규모로 국내 최대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은 아예 제동이 걸렸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10일 재건축조합 측의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는 무효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가락시영은 2003년 5월 재건축이 의결됐지만 2008년 7월 분양신청을 받던 중 조합업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져 분양신청이 2년간 정지됐다. 이후 서울고법 민사25부가 지난 3월26일 재건축조합 업무집행 정지 가처분 결정을 취소함에 따라 4월6일부터 분양신청을 재개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이 다시 4월15일 본안소송 판결이 나올때 까지 사업시행계획의 효력을 정지시킨 바 있다. 이번 무효판결로 가락시영의 재건축 사업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실망매물도 나오는 분위기다. 가락시영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무효 판결 후 1~2건의 매물이 나왔고 매도 상담 문의전화도 들어오는 분위기"라며 "급매물로 나온 물건은 아니지만 매수세가 없어 매물만 적체되고 있다"고 전했다.한때 부자되는 지름길로 통했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왜 '찬밥' 신세로 전락했을까. 부동산 시장 침체로 투자 수요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최근 몇년새 급등해 초기 부담금이 커졌다는 점도 투자 수요를 위축시킨 요인이다. 여기에 강남권 주요 단지들이 한꺼번에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집 값 하락에 영향을 줬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팀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는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자들이 관심 갖는 물건"이라며 "최근 집값 하락으로 수익성이 불투명해진데다 재건축 아파트의 집값 자체가 이미 오른 상태라 초기 투자금 부담도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서울 강남권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개포시영, 개포주공, 잠실주공, 둔촌주공 등 80여곳에 이른다.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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