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 탈출구 잃었다

디플레 국면 속 인플레 우려..엇박자 행보에 주가도 휘청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글로벌 경제가 사방이 꽉 막힌 방 안에 갇혔다. 사면초가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것은 물론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침체양상을 띄고 있는 글로벌 경기에 '긴축'이라는 화두가 새롭게 던져지면서 사방에 벽을 만들었고, 이에 따라 글로벌 증시 역시 '긴축주가' 모드로 돌아섰다.지난 밤(9일 이하 현지시각) 미 다우지수가 9900선을 힘없이 내준 채 심리적 지지선인 1만선을 나흘째 밑돈 점은 주식시장마저 꽉 막힌 경제정책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최근 세계 곳곳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 눈에 띄며 투자자들에게 우려감을 안기고 있다.지난 8일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12 회계연도 예산 5% 절감을 일부 연방정부 부처에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조4000억달러에 달했고, 올해 1조6000억달러로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예산절감이 불가피하다는 강조했다. 지난 주 발표된 고용지표가 예상외로 크게 부진하며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을 안긴 상황에서도 예산절감을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은 당분간 이같은 움직임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잃을 수 있는 부양책을 더이상 추진하기 어려워진 만큼 미국 역시 포퓰리즘 정책에 의한 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위기때마다 낙관론을 펼쳐 증시를 띄우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역시 긴축으로의 선회에 동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지난 9일 미 하원 예산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긴축모드에 힘을 실었다.'긴축'이라는 화두를 세계 중앙에 던진 것은 유럽의 맹주 독일이었다. 독일은 지난 7일 800억유로에 달하는 전례없는 긴축안을 발표했다. 62억파운드의 긴축안을 내놓은 영국에 이어 유럽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독일마저 긴축안을 내놓은 것. 재정악화로 인해 곳곳에서 디폴트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만큼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각국의 의도가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유럽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독일이 긴축에 나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여기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경기 부양책 철회 시점이 도래했다'고 밝히며 긴축모드에 불을 지핀 만큼 유럽의 대대적인 긴축이 전세계 경기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긴축'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산되는 것은 글로벌 경기와 세계 각국의 정책이 엇박자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세계은행(WB)은 2010년 경제전망을 담은 보고서에서 '더블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유동성 지원조치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유로국 중 더블딥에 진입한 나라가 등장하면서 세계은행의 이같은 전망이 더이상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핀란드 통계청은 9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4%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함으로써 유로국 중에서는 처음으로 더블딥 국면에 돌입했다.주식시장은 이같은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나흘째 1만선 아래에 정착하고 있는 미 다우지수는 연저점을 경신했고, 유럽위기의 주범인 그리스 증시는 끝모를 하락세를 지속중이다.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국가 디폴트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구리 가격 하락세 역시 경기침체를 말해준다. 투기 수요가 확산되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상품가격이 어느 순간 고꾸라지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반면 뉴질랜드와 브라질은 금리인상에 나서며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인플레 압력 역시 고조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디플레 국면에서는 부양책, 인플레 국면에서는 금리인상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던 것이 보편적인 일이지만 두가지 양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글로벌 경기의 탈출구가 사라진 셈이다.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산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담에서도 출구전략을 각국 상황에 맞게 단행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던 것처럼 각 국가의 경제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처방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은 이같은 혼란스러운 처방을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증시 및 경기 하락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김지은 기자 je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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