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원짜리 제네시스 구경하실래요'

현대차가 만든 1:18 크기의 제네시스 모형차

[아시아경제 박수익 기자] # 브라운계열의 가죽시트를 만져보니 제법 푹신하다. 실내 바닥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카펫이 깔려있고, 썬루프를 열자 차체 지붕도 시원하게 개방된다. 라디에이터그릴도 실버계열의 투톤 컬러으로 한껏 멋을 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세단 ‘제네시스’의 모습이다. 그런데 가격은 놀랍게도 ‘18만원’이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최근 국내 자동차 업체 최초로 1:18 비율로 정밀 제작한 ‘모형차’(다이캐스팅 모델)를 선보이며 자동차 애호가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순수 국내기술력으로 완성된 첫 작품이라 개발기간만 2년이 걸렸다.◆핀셋 들고 수작업으로 부품조립“상당한 정밀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부품 하나하나를 핀셋으로 조립해야합니다. 차량 내부는 물론 엔진룸과 차량 하부 등 보이지 않는 부분도 최대한 실차에 가깝게 제작해야 완성도와 소장가치도 높아지죠”(제네시스 모형차를 개발한 현대차 유스마케팅팀 관계자)일반적으로 자동차 1대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2만개에 달한다. 정밀 제작되는 모형차도 실차에는 못 미치지만 600개에 이르는 부품이 소요된다. 그만큼 최상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특히 미세부품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실차 못지 않은 ‘장인의 숨결’도 느낄 수 있다. 실제 차량대비 비율은 1:43, 1:32, 1:24, 1:18, 1:12 등 다양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기본 모델이 되는 것은 1:18이다.

제네시스 모형차의 내부 모습. 시트(우측)는 물론 썬루프와 썬바이저(좌측)까지 실차에 가깝게 구현했다. 썬바이저에 부착된 경고판까지 보인다.

제네시스 모형차가 제작 단계별로 완성되고 있는 모습.

◆1만원이하에서 수백만원까지 다양자동차회사들이 만드는 모형차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비교적 덜 정밀하고 대량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1만원 이하도 있지만, 일부 제품은 수 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자동차 회사가 아닌 완구업체에서 각종 보석을 장식해 만든 최고급 모델은 웬만한 실차 가격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현대차와 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1:18 비율의 '제네시스'와 '쏘울' 모형차는 각각 18만원, 16만8000원이다. 수입차브랜드 중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우든 모델 300SL 걸윙'(1:12)은 181만5000원, 전설의 슈퍼카 SLR을 모델로한 '300SL 로드스터'는 102만2000원이다. BMW의 경우 1:18크기는 10~14만원대, 1:43은 4~6만원대. 혼다는 모델 구분 없이 3990엔(약 5만2000원)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우든 모델 모형차 '300SL 걸윙'. 1:12 크기의 이 제품은 일체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올리브유와 왁스로 마무리해 나무 본연의 빛깔과 자연스러움을 살렸다.

◆車 회사들은 왜 모형차를 만들까자동차회사들이 만드는 모형차는 자사 브랜드 홍보를 뒷받침하는 ‘브랜드 콜렉션’(Brand Collection)의 일환이다. 자사 로고가 박힌 골프가방이나, 시계, 지갑 등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현대차 유스마케팅팀 관계자는 “자동차를 뒷받침해주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체험하게 해주고, 보여지는 것 뿐만 아니라 느끼고 만져지는 경험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감성을 제공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이 만드는 모형차는 스포츠카나 고가브랜드 차량이 많다. 일명 ‘드림카’가 주된 대상이란 얘기다.잠재고객들을 위한 홍보효과를 겨냥하는 측면도 있다. 모형차를 수집하는 애호가들을 통해 해당 차량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고객층을 넓히는 전략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모형차를 구입하는 고객 상당수가 20~30대”라며 “간접적으로 제품을 경험함으로써 잠재적인 고객 저변 확대 효과를 가져오는 마케팅 전략도 있다”고 말했다.

혼다 CR-Z 모형차

BMW 3시리즈 컨버터블 모형차

박수익 기자 sipar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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