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은 코스피 '인큐베이터'?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코스닥 상장사들의 탈(脫) 코스닥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벤처 등 성장기업들의 산실이어야 할 코스닥시장이 코스피시장의 '2부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등 관계당국은 속수무책이다. NHN처럼 인터넷 벤처의 상징적 기업까지 이전한 후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최근엔 부진한 영업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마저 '코스닥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코스피 이전을 얘기할 정도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한 상장사는 삼호개발 코스맥스 NHN 상신브레이크 우진세렉스 부국철강 키움증권 황금에스티 아시아나항공 신세계 I&C KTF(現 KT와 합병) 등 11여개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해 평균 2.2개사의 코스닥 상장사가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한 셈이다. 올들어서도 신세계푸드 무학 한국토지신탁 에이블씨엔씨 등 4개사가 코스피 이전 의사를 보였다. 신세계푸드는 이미 지난 16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 부터 최종적으로 상장 요건 충족 통보를 받은 상태다. 이에 따라 21일 코스피 이전을 위해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 오는 29일 부터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가 재개된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실망감은 이전사유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전에 상장을 공언한 모든 기업들은 외국인-기관 투자 유도, 이미지 제고를 이전사유로 밝혔다.올들어 이전상장을 공표한 기업들 역시 같은 이유를 들었다. 코스닥 시장을 대표하던 상장사들이 속속 코스피로 이전해 시장간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음에도 질적인 부분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 시총 60위권에 올라있는 한국토지신탁은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주가가 기업 가치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벤처기업도 아니기 때문에 더이상 투자자들로 부터 외면받고 있는 코스닥 시장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토지신탁이 민영화 이후 잦은 경영진 교체 등 각종 부침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최근 주가 약세로 최대주주의 손실이 적지 않았던 것과 관련해 그동안의 실책을 덮고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우기 위한 면피용 이전 계획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코스닥 협회 관계자는 "요건만 충족된다면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로 이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코스닥 시장을 떠나 유가증권 시장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의 이전 이유가 코스닥 시장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닥 상장사가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회사 설립 후 경과년수 3년 이상, 자기자본 100억원이상, 상장주식수 100만주 이상, 시가총액 300억원 이상, 소액주주의 수 1000명 이상이 되야 한다. 올해 코스피 이전상장을 공언한 무학의 경우 지난해 소액주주 요건에 미달해 이전 상장을 한 해 미뤄야 했다. 이어 이전상장이 최종 허가되면 주식을 매매할 경우 약정대금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최저 위탁보증금의 비율인 증거금율이 적용된다. 임철영 기자 cyl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임철영 기자 cylim@ⓒ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