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이준익 감독의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주연배우 황정민이 첫 언론시사 이후 뛰어난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이준익 감독이 영화 '왕의 남자' 이후 처음으로 연출한 사극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연기파 배우 황정민과 이 감독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촬영 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왜구의 침입과 지독한 파벌 싸움으로 국운이 기울어가던 16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평등 세상을 꿈꾸는 검객 황정학(황정민 분), 왕족 출신의 반란군 이몽학(차승원 분), 세도가의 서자 견자(백성현 분), 기생의 신분을 가진 백지(한지혜 분) 등 네 인물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얽혀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황정민은 이 작품에서 한때 동지였으나 세상을 뒤엎고 왕이 되려는 야망을 품은 이몽학과 적대적 관계에 놓인 맹인 검객 황정학 역을 맡았다. 박흥용 화백의 동명 원작에서는 이몽학에게 아버지를 잃은 소년 견자가 주인공이지만 영화에서는 황정학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황정민은 이 작품에서 유감없이 자신의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하며 반란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막으려 하는 외로운 맹인 검객의 결연함과 복수를 꿈꾸는 어린 패배자를 키우는 스승의 유쾌함을 동시에 표현해냈다. 황정민의 뛰어난 연기는 반란과 복수, 전운의 어두운 분위기를 경쾌한 코믹 액션극으로 전환시키며 극 전체에 명암의 조화를 만들어낸다. 진지함과 코믹함 사이의 균형을 이끌어내는 황정민의 연기는 단연 발군이다. 정치적이고 진지한 상황 속에서 인간미와 낭만주의를 포착해내는 이준익 감독의 작품세계와 극중 황정학의 캐릭터는 영화가 상영되는 두 시간 내내 일심동체가 돼 움직인다. 배우 황정민과 연출자 이준익이 맞춤의상처럼 포개지는 것이다. 난생 처음 맹인 연기를 하는 황정민의 사실적인 표현도 인상적이다. 구부정한 자세와 습관적인 머리의 움직임, 감은 눈으로 보여주는 표정 연기, 냉철한 카리스마를 뒤로 숨긴 해학적인 말투는 황정민의 뛰어난 연기력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눈이 아닌 귀로 상대방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고 날렵하고 정확한 검술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검객의 카리스마와 사적인 욕망을 초월한 듯 걸죽한 농담을 내뱉으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떠돌이의 자유분방함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관통하는 정신이기도 하다. 황정민에게 영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놀이'인 이준익 감독과의 작업은 최상의 조화를 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황정민 역시 이준익 감독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광대들처럼 마음 놓고 놀 수 있었던 것이다. 황정민의 뛰어난 연기와 이준익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의 조화를 확인할 수 있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29일 개봉한다.
고경석 기자 kave@<ⓒ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대중문화부 고경석 기자 kav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