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성정은 기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재판 막바지에 '검찰 신문 거부' 카드를 꺼내들었다. '검찰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셈이다.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위해 정치적으로 흠집이 나는 걸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손익계산이 바탕에 깔렸다는 지적이다. 지난 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한 전 총리는 "검찰이 공소사실이나 사건 본질과 전혀 관련 없는 내용으로 흠집내기를 계속했다"며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절차 협의를 위해 1일 오전부터 공판을 한 차례 속행키로 했다. 한 전 총리가 '신문 거부'라는 강수를 꺼내든 건 단순히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게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에 악영향을 줄 '위해요소'를 사전에 물밑으로 가라앉혀버리겠다는 철저한 구상을 바탕으로 '최선의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란 설명이 힘을 얻는다. 검찰은 재판이 시작된 뒤 '한 전 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5만 달러를 주고받을 만큼 친한 사이였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정황 증거로 '골프채 선물 의혹', '골프빌리지 무료 투숙 및 공짜골프 의혹'을 잇따라 폭로했다. 피고인 신문 때 새로운 의혹을 추가로 들고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 주장이 실체적 진실인지, 재판부 판단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불거져나온 의혹들이 한 전 총리의 선거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검찰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공소사실을 반박하는 것보단 더 이상의 돌발 상황을 차단하는 게 낫다는 한 전 총리 측의 치밀한 계산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재판은 이미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흐르고 있으니 선거를 준비하자'는 자신감이 작용한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검찰이 신문 사항을 그대로 읽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가 입장을 갑자기 바꾸지 않는 한, 한 전 총리의 '카드'가 어느정도 효과를 거두는 셈이라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한편, 재판부는 가급적 빨리 협의를 마치고 절차를 진행시켜 3일에 결심공판(검찰의 구형의견 진술 및 피고인 측 최후진술)을, 9일에 선고공판을 열 방침이다.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성정은 기자 je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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