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수기자
삼성전자의 혈액검사용기기 '애니닥터(AnyDoctor)'
◆"소리만 요란" vs "역할 더 커질 것" =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애니닥터가 시장에서 당장 파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판 중인 수입품 3∼4가지도 최대 50가지 검사를 해준다. 19가지에 불과한 삼성 제품이 왜 주목을 끄는지 의아하다"며 "업계에 삼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수입품 가격은 900만원 선으로, 1000만원 정도 하는 애니닥터보다 오히려 싸다. CD를 사용하는 특징에 대해서도 평가가 갈린다. 한 의사는 "시약보다 관리는 쉽지만 CD값이 너무 비싸, 병원 수익면에서 장점이 없다"고 했다. 대기업들이 의료 영역에 뛰어들었다가 높은 진입장벽만 확인하고 철수했던 예전 사례와 연결짓는 분위기도 있다. 삼성은 1984년 GE와 합작해 삼성GE의료기기연구소를 설립하고 몇 가지 의료기기를 선보였으나 2001년쯤 사업에서 손을 뗀 바 있다.하지만 현 시점에서 애니닥터를 '삼성의 승부수'라 속단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이 지난 8년간 의료기기 분야에서 총 156건에 달하는 특허를 출원하는 등 기술력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애니닥터도 현재는 생화학검사 19가지만 가능하지만, 범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암, 유전병 등을 검사하는 '똑똑한' 기계로 변신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면역혈청검사용 CD를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이 CD는 전립선, 갑상선 관련 수치를 측정한다. 향후 유전자분석용CD 등이 차례로 출시되면 애니닥터의 역할은 더 커질 수 있다.애니닥터에 쓰인 기술이 삼성의 장기 프로젝트와 연결된다면 이야기가 더 달라진다. 앞서 지난 24일 삼성의료원과 삼성SDS는 미국 라이프테크놀로지와 MOU를 맺고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의학 서비스 개발'을 선언한 바 있다.혈액 속 유전체 분석을 통해 유전병, 암 등 질병을 예측하고 개인별 치료법을 적용하는 개념이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연구수준'인 미지의 의료분야다. 혈액을 이용한 질병분석법이 완성되고, 이 기술이 병의원에 널리 보급된 애니닥터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된다면 의료 패러다임은 크게 변할 수 있다. 때문에 애니닥터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탄생한 '시발점' 정도 아니겠느냐는 게 의료기기 업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