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3월 말 모기지증권(MBS) 매입을 종료하기로 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증권 매각을 본격 타진하고 나서 주목된다.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25일(현지시간) “때가 되면 모기지증권(MBS) 가운데 일부를 서서히 매각할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아올 수 있는 발언에 시장은 그 배경과 파급력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연준의 MBS 매입 중단 및 매각이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버냉키 ‘입’ 열다 = 이날 버냉키 의장은 미 의회 증언에 참석한 자리에서 MBS 매각과 관련된 연준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특정 시점이 되면 서서히 매각 절차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답했다. 버냉키는 “연준의 목표는 대차대조표상 자산을 1조달러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방법들 중 하나가 MBS를 매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적완화 종료 및 정상화 작업은 경제 및 금융 상황, 고용 및 물가 안정성 등을 고려해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 대차대조표 상 자산 규모는 위기 전 8000억달러에서 2조3000억달러로 불어난 상황. MBS 매입 등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결과다. 연준의 모기지 매입 정책은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연준이 2008년 12월 이래 매입한 MBS 규모는 1조2500억달러로, 연준이 매입한 1750억달러 규모 대형 모기지 업체 채권 역시 자산 매각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미 오는 2011년 말까지 만기되는 2000억달러 규모 모기지 증권의 상환일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보유 모기지 증권 비중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대부분의 모기지 증권은 30년 만기로, 이를 자연스럽게 해소하는데까지는 수 십 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언젠가는 연준이 MBS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 버냉키 발언 배경은? = 연준의 MBS 매각은 모기지 금리를 끌어올리고 주택 압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에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자 전문가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다. MBS 매각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서부터. 버냉키는 지난 달 출구전략의 밑그림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자산 매각을 유동성 회수 방안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다만 그는 ‘확실한 경기회복세가 나타난 이후’로 매각 시기를 미뤘다. 버냉키는 이날 의회 증언에서도 연준이 MBS 매각에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연준이 보유 중인 모기지 포트폴리오 규모가 너무 커 단기 금리 운용에 걸림돌이 된 것도 MBS 매각을 검토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나중에 연준이 대출 금리를 올리기 원하는 시점이 되도 이를 조정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뜻이다. ◆ MBS 매각 파장은? = 양적완화 정책의 핵심인 MBS 매입은 부동산 시장 회복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미국의 전체 모기지 채무 규모는 작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는 14조달러에 달한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정부지원기관(GSEs) 발행 MBS 규모는 5조달러, 이 가운데 연준이 매입한 MBS는 1조2500억달러로 전체 MBS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톤 연방준비은행 총재에 따르면 연준의 모기지 매입은 모기지 금리가 0.25∼0.75%포인트 떨어뜨리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연준의 MBS 매입 중단과 매각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UBS는 연준의 MBS 매입이 중단되면 30년물 모기지 금리는 지금보다 0.5%포인트 높은 5.5%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버냉키는 “연준의 MBS 매입 중단에도 모기지 시장은 거의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모기지 금리는 이미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프레디맥의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주 30년물 고정 모기지 금리는 4.99%로 5%에 근접했다. 이는 지난 주 4.96%와 지난해 동기 4.85%를 상회한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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