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20년전 드라마 '야망의 세월'은 이명박 대통령을 대중에게 알리는 결정적 역할을 한 드라마입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30대에 국내 최대 건설사 사장으로 성공한 입지전적인 그의 성공 드라마는 경제계에만 알려진 그를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현대건설의 성공신화는 드라마의 극적요소까지 더해져 당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1992년 대선에서 고 정주영 회장이 과감하게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던 데도 이 드라마의 영향력이 없진 않았을 것입니다. 이 대통령의 정계 입문에는 말할 것도 없구요.이 드라마에서 기억나는 장면 중 하나는 태국 고속도로 현장책임자로 가 있던 이 대통령이 무장괴한들에 맞서 금고를 지키는 활극(?) 신입니다. 드라마에선 이 우여곡절 끝에 태국 고속도로 공사를 성공리에 마치고 유인촌 분의 주인공(이 대통령)은 더욱 승승장구하게 됩니다.실제 이 사건은 이 대통령이 정주영 회장에게 각인시키는 결정적 사건이었다고 합니다. 태국 고속도로 건설은 현대건설의 본격적인 첫 해외진출 사업으로 난관이 많았는데 목숨을 건 이 대통령의 강단에 정 회장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태국 고속도로 건설은 드라마와 달리 실제론 수지는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때를 기회로 이 대통령도 출세가도를 달리기 시작했고, 국내 건설업체에 머물던 현대건설도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 중동건설 붐을 등에 업고 현대그룹이 삼성그룹을 제치고 최대 재벌로 등극한 것도 태국에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17일 이 대통령이 새 한국은행 총재를 임명했습니다. 주인공은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입니다. 김 총재 내정자는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를 거쳤으며 한국조세연구원장, 한국개발연구원장, 한림대 총장, 대통령 경제수석 등을 거쳐 OECD 대사를 맡아왔습니다.새 총재 내정에 시장은 당장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신임 총재가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정부 입장을 감안할 것이란 이유입니다. 마침 미국 Fed도 기준금리를 1년3개월째 동결키로 했습니다. "초저금리 정책을 상당기간 유지하겠다"는 표현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시장에 당분간 금리 인상을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줬습니다. 당분간 국내외 저금리 기조가 유지된다는 점은 건설사들에 일단 긍정적 신호입니다. 오늘 아침 끝난 미국 장에서도 건설업종은 1.29% 올라 다우존스 평균(0.67%)치를 훌쩍 넘었습니다.한국 건설업계의 산증인이자 여전히 대장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대건설에도 이 소식들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초순 5만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6만3000원대를 회복하는 모습입니다. 지금 분위기는 연말연시 중동 원전수주 소식 등으로 7만원대 후반까지 급등했던 때를 연상시킬 정도로 우호적입니다. 재료도 비슷합니다. 전날 신울진 1, 2호기를 수주한데다 원전 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높습니다.최근 나온 보고서만 보면 현대건설을 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15, 16일 이틀간 나온 보고서 5개의 목표가는 최저 8만2000원에서 최고 9만8000원입니다. '최상의 사업구조가 빚은 위험 없는 고성장 국면'이라는 신한금융투자의 보고서 제목에서 현대건설에 대한 국내 증권사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는 목표가를 9만3300원으로 제시했습니다.'밸류에이션은 바닥, 실적 개선의 근거는 명확'(토러스투자증권) '두려워할 필요없는 현주가 상황!'(현대증권) 등 리포트 제목만 봐도 당장이라도 매수에 나서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잃을 듯이 보입니다.실제 국내 기관도 이달 들어 현대건설 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부터 15일까지 11거래일 연속 현대건설을 순매수했습니다. 기관은 16일에야 7만5000여주를 순매도, 순매수 행진을 멈췄습니다.하지만 외인은 국내기관이나 증권사처럼 생각지 않는 모양입니다. 현대건설이 본격 하락을 시작한 1월22일부터 줄곧 '팔자'세입니다. 이때부터 전날까지 외국인은 현대건설을 무려 295만여주 순매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의 외국인 보유비중도 2.65%포인트 낮아져 19.01%로 떨어졌습니다. 전형적인 외인과 국내 기관의 힘겨루기 양상입니다. 현대건설이 다시 30~40년전의 신화창조를 다시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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