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전자부품 피해 연간1000억弗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전자제품 유통업체 PCX의 에드워드 딤러 도매 사업부 이사는 면봉에 아세톤을 듬뿍 묻혀 삼성 제품이라고 표시돼 있는 컴퓨터 칩의 표면을 쓱쓱 문질렀다. 곧 칩의 흰색 표면이 검정색으로 변질됐다. 삼성이 만든 정품이 아니라는 증거다. 그의 작업장에는 삼성 뿐 아니라 인텔, NEC 등 글로벌 전자 기업들의 위조품이 쌓여 있다. 최근 이같은 짝퉁 전제 제품들이 판을 치기 시작하면서 관련 업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과정에 치르는 피해액 규모가 연간 1000억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올해 1월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2008년 적발된 짝퉁 전자 제품은 방위산업에서만 총 9356개로 2005년 3868개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전자유통협회(NEDA)는 짝퉁 전자제품 때문에 관련 업계가 치르는 대가가 연간 1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PCX의 길 위지럿 대표는 “최근 5년 동안 가짜 컴퓨터 칩과 라우터, 전자제품들이 물밀 듯 밀려 들었다”고 말했다. 짝퉁 전자제품은 일반적으로 정품에 비해 품질과 신뢰가 떨어지고, 작동 됐을 때 기계의 오작동 등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에합 알리 애슈르는 마린 코퍼레이션에 시스코 시스템스의 짝퉁 부품을 팔아넘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짝퉁 부품은 군사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사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조 부품의 판매가 엄청난 국가적 재난을 야기할 수 있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당시 시스코 측은 “짝퉁 제품은 전체 기술업계에 전세계적인 충격을 줄 정도로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저급한 짝퉁이 실제 피해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2007년 미국 세무당국(CBP)이 사용하는 라우터의 오작동으로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에 1만7000명 고객들의 발이 묶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작동의 원인은 짝퉁 제품이었다. 위조 제품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난 2001년 시스코시스템스와 휴렛팩커드, 노텔, 제록스, 3콤 등은 반위조제품(anticounterfeit) 조직을 구성해 활동해 오고 있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이 짝퉁 전자제품을 공급하는 주요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 전자제품 폐기물에서 분리된 부품들이 중국에서 위조 전자제품으로 둔갑하는 것. 중국 외에도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위조 제품 양산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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