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1927년 영국 런던에서 메르세데스 글릿즈가 오이스터를 차고 영불해협을 헤엄쳐 건너자 롤렉스는 신문지면 전면을 통해 광고를 게재했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1. 100년 만큼의 역사를 가진 시계브랜드는 롤렉스 말고도 더 있다. 그러나 역사적의 순간을 장식했던 브랜드는 롤렉스만한 게 없다. 1927년 런던의 여성 속기사였던 메르세데스 글릿즈가 영불 해협을 헤엄쳐서 횡단할 당시 찼던 시계가 바로 최초의 방수시계 '오이스터'다. 15시간이 넘게 헤엄치면서도 시계는 전혀 이상이 없었으며 당시 빌스도르프는 이 사건 이후 신문지면을 통해 광고까지 하면서 롤렉스는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다. #2. 롤렉스는 1910년 스위스에서 손목시계 역사상 처음으로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은 이전까지 천문관측이나 항해에 사용되는 정밀도가 높은 시계에 한해서만 수여됐다. 스위스에서 공식인증을 받은데 이어 1914년에는 영국 큐(KEW)천문대로부터 손목시계 최초로 A등급 인증을 받았다.스위스 시계 브랜드 롤렉스의 역사는 곧 손목시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05년 롤렉스를 창업한 한스 빌스도르프의 '기술로 승부하고 타협하지 않는다'는 경영철학은 10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롤렉스의 주력 라인인 데이트저스트의 지난해 제품.
◆시계에 관한 기록, 롤렉스의 기록 = 지금은 손목시계가 정확하다는 게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만 1900년대 초만해도 손목시계는 정확하지 않아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이러한 인식을 바꿔놓은 게 바로 롤렉스다. 롤렉스는 현재 전 세계 시계 브랜드 가운데 크로노미터 인증을 가장 많이 받은 브랜드다. 방수시계 역시 롤렉스가 최초다. 빌스도르프는 손목시계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정확성 못지 않게 실용성이 중요한 요소임을 파악했다. 현재 주력 라인인 '오이스터'는 그가 1926년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출시한 제품이다. 이 라인은 세계 최초의 방수ㆍ방진ㆍ밀폐 시계로 특허를 받았다. 이밖에 1931년 출시한 자동태엽시계, 1945년 내놓은 날짜가 자동으로 맞춰지는 기능이 적용된 시계를 비롯해 전문가들만을 위한 시계 등 시계에 관한 다양한 '최초'의 기록을 갖고 있다. 이러다보니 롤렉스는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갖고 있다. 지난 2007년 관세청 조사에서 '짝퉁' 롤렉스는 266억원 어치가 적발돼 1위에 랭크됐다.롤렉스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
◆ "더 비싼 시계는 많다. 그러나 더 뛰어난 시계는 없다" = 1953년 힐러리와 존 헌트가 이끄는 등반대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 올랐을 때 찬 시계, 1960년 심해잠수정인 트리에스터가 마리아나 해구 수심 1만916 미터 아래 바다 속으로 들어갈 때 잠수정 외부에 장착된 시계 역시 롤렉스였다.이처럼 기술력에서 독보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롤렉스 역시 위기를 겪기도 했다. 1960년대 이후 쿼츠기술(전지를 이용한 시계)을 이용한 값싸고 정확한 일본제 전자시계가 시장을 휩쓸자 일부 시계브랜드는 쿼츠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빌스도르프 이후 롤렉스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앙드레 하이니거는 '명품시계는 기계식'이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은 채 시류와 타협하지 않았다.현 CEO인 패트릭 하이니거는 시계제조에 사용되는 모든 무브먼트와 부픔을 스위스 본사에서 자체적으로 일괄생산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시계기술의 핵심인 무브먼트를 다른 시계제조업체에 판매하지 않고 자신들만 사용하는 브랜드는 롤렉스가 유일하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