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무너진 사회 교육을 다시 세우자⑦] 예체능은 안 배워도 된다?

예체능 실종, '전인적 인간'육성 목표 어디로

[상식이 무너진 사회 교육을 다시 세우자]7회[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지난해 교육과정 개정안 예체능 소외 더 부추겨집중이수제에 대한 교사들 반발도 커..미래사회 맞아 역할 커지는데도 정부는 나몰라라# 올해 노원구 N고등학교를 졸업한 황모군(18)에게 미술이나 음악, 체육 등 예체능과목 수업시간은 ‘자습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이후 학교에서 본격적인 수능 준비가 시작되고 나서는 미술이나 음악 시간은 거의 자습했다.” 체육시간에 가끔 친구들과 축구를 했던 걸 빼면 예체능 과목을 제대로 들어 본 적 없다는 것이다. 황군은 “매 학기마다 수행평가로 할 내용만 빨리 한다"며 “음악과목 같으면 노래나 악기 연주 하나 배워서 그걸로 수행평가 하고 끝나면 수업은 안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강동구에 사는 학부모 김선영(가명, 48)씨가 자녀를 Y외고에 보내기로 결심한 것도 예체능 교육 때문이었다. 굳이 명문대 진학률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활발한 예체능 교육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것. 김선영씨가 꼽는 외고의 장점은 각종 동아리 활동을 비롯해 학생들의 예체능 활동을 장려한다는 점이었다. 김 씨는 “딸아이가 음악을 특히 좋아하는데 일선 학교에서는 예체능 교육이 잘 안 되고 있지 않나”며 “통학 거리가 너무 먼 데다가 내신이 불리하다고 해서 일반계 학교 진학도 고려해봤지만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일선 학교마다 예체능 과목이 뒷전에 몰리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과만을 우선시하는 학교방침에 따라 예체능 시간에 자율학습을 하거나 다른 국·영·수 과목 대체수업을 하기 일쑤다. 더욱이 정부가 추진한 교육개정안은 예체능 소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예체능 과목 소외 부추기는 정부= 지난 12월 1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 교육과정 개정안(미래형 교육과정)에 따르면 교과군별 연간 총 수업시간의 20% 범위 안에서 학교별로 수업시간을 자율적으로 증감해 편성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고교는 모두 선택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며, 주당 수업시수가 1~2회인 도덕 실과 음악 미술등의 과목은 특정 학기에 몰아 수업하는 ‘집중이수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은 이 개정안이 예체능교육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영수 등 주요 입시과목은 늘리고 예체능 교과는 줄여 입시 중심의 교육 과정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종암동에 거주하는 학부모 이모(43)씨는 “당연히 입시 위주로만 운영하지 않겠는가. 어떤 학교가 예체능을 우선 편성하겠나”라며 교육과정 개정을 우려했다. 중학교 3학년인 이씨의 자녀는 2011년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개정안을 적용받게 된다. 이씨는 “이제 음악이나 미술을 배우려면 전문 학교에 진학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집중이수제의 장점도 명확하지 않고 중간에 전학이라도 가면 해당 과목을 아예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래사회 맞아 커지는 예체능 교육의 중요성=전국미술교과모임 대표 박만용 교사는 이번 미래형교육과정 개정에서 예체능 과목은 경시됐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그렇잖아도 부족한 예체능과목 수업 시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집중이수제를 실시한다고 하는데, 예체능 과목은 한 학기에 몰아서 배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한 예체능 교과에 대한 몰이해다”라고 비판했다.그는 지난 2007년 교육부의 예체능 평가 방식 개선에 맞서 체육음악미술교육 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 사무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교육부는 예체능 과목을 석차가 아닌 상중하 3단계로 평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예체능 과목을 사실상 내신에서 제외한 셈이다. 수업 파행을 우려한 교사들이 반발했지만 교육부는 예체능과목 내신을 반영하는 대학교는 10여개에 불과하다며 강행했다. 입시만을 우선하는 현 교육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재 미래형교육과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박 교사는 “예전에는 예체능 과목의 교육 목적을 정서적, 창의적인 면에서만 설명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을 위해서라도 예체능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그는 “예를 들어 미술은 시각적 이미지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을 가르친다”며 “ 이와 마찬가지로 예체능의 개별 교과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능을 가르치고 있다” 고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체능 과목을 중요시하지 않는 풍조를 안타까워했다. 그는 “가장 먼저 수업 시수를 늘려야 한다”며 “실업고 학생들을 위해 직업탐구 과목이 있는 것처럼 수능 탐구 과목에 미술, 음악 등 예체능 과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수진 기자 sj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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