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1600선의 숨겨진 힘

1600선 아래는 '싸다' 위에서는 '비싸다'는 인식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똑같은 2개의 물건이 있다. 하나에는 9900원짜리 가격표를 붙이고, 또다른 하나는 1만100원의 가격표를 붙였다. 9900원짜리 물건을 사면 정가를 다 내야 하지만, 1만100원짜리 물건을 사면 200원 할인쿠폰을 덤으로 준다. 결과적으로 양쪽 물건 모두 9900원에 살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이 더 잘 팔릴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9900원짜리 물건이 더 잘 팔린다. 어차피 똑같은 값을 내고 사는 것인데 왜 9900원짜리 물건이 더 싸게 느껴지는 것일까. 정답은 1만원이 갖고 있는 묘한 힘에 있다. 9900원과 1만100원은 비록 200원의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사람들은 1만원을 넘었다, 1만원도 안된다는 데 더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원으로는 껌 하나도 살 수 없는 돈이지만, 1만원을 넘어갔다는 이유 하나로 왠지 더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다. 200원 할인쿠폰을 준다고 하지만, 이미 1만원을 넘어 비싸다는 인식을 돌려놓을 수 없는 것이다. 대형 할인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난히 9900원짜리 물건, 혹은 1만9900원짜리 물건이 많은 이유도 이같은 소비자들의 심리에 있다. 전날 코스피 지수는 1600선을 넘어섰다. 투자자들도 1600선 이하에서는 '싸다'는 인식을, 1600선 이상에서는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 하다. 현재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외국인이다. 전날 외국인의 매수세를 보면 1000억원에 채 미치지 못했다. 지난 2일 4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수세를 보인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어쩌면 외국인은 1600선을 두바이 사태에서 벗어나는 기준점으로 삼았는지도 모르겠다. 추세적인 상승을 위한 발판이 아니라 단순히 기술적 반등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추세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증시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틀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뉴욕증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고용과 소비다. 오는 4일(현지시각) 고용보고서의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앞서 발표된 ADP 민간고용지표의 결과는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부담을 키웠다. 소비 역시 미국의 대표적인 소매업체인 메이시스나 아베크롬비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국내증시의 거래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 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의 거래대금이 여전히 4조원 초반대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는 지난 9월초 9조원대를 넘나들던 거래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거래가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낙폭을 만회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추세적인 상승으로 연결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옵션시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은 나타났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전일 기준 등가 212.5포인트를 기준으로 위로는 콜옵션이, 아래로는 풋옵션의 미결제약정 수량이 대규모로 누적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미결제약정 수량이 많을수록 그 방향으로 지수가 움직일 확률이 낮다는 점에서 보면 시장 방향성은 단기적으로 숨고르기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바이 사태로 인한 낙폭은 대부분 회복했다. 추가 상승에 나서기 위해서는 아직 확인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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