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부정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진 한나라당 의원 마지막 변론 기일이 '양복 주머니' 겉모양을 둘러싼 논란으로 떠들썩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홍승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지난 해 한 행사 때 박 전 회장이 박 의원을 만나 양복 안주머니에 미리 넣어둔 돈 봉투(미화 100달러권 200장)를 건넸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짚고 넘어가기 위한 '재연' 자리를 만들었다.박 의원 측이 "검찰 주장대로 박 전 회장 안주머니에 돈봉투가 들어있었다면 겉모양에서 표시가 났을 텐데 당시 촬영된 기념사진에는 주머니가 비어있는 듯 사선으로 주름이 생긴 모습이 보인다"며 문제를 제기한 데 따라 마련된 자리다.이를 위해 재판부는 당시 기념촬영을 했던 사진사를 법정으로 불렀다. 박 전 회장이 의자에 앉아 참석자와 인사를 나누는 사진 속 모습을 재연하기 위해 행사가 열렸던 서울 신라호텔 의자도 공수했다. 박 전 회장 역할은 대검찰청에서 파견근무 중인 금융감독원 직원이 맡았고, 공판검사 한 명이 박 전 회장과 인사를 나눈 참석자 역할을 했다. 금감원 직원은 당시 박 전 회장이 실제로 입었던 양복과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착용했다.재판부는 우선 양복 상의를 받아 안주머니의 가로세로 길이, 밑단부터 안주머니 바닥까지의 길이, 아랫쪽 단추와 주머니 바닥 사이 길이 등을 돈봉투가 들어 있는 때와 그렇지 않은 때로 나눠 준비한 자로 하나씩 체크했다. 100달러 지폐 가로세로 길이와 봉투 길이, 지폐가 묶음일 때의 두께 등도 기록했다.본격 검증이 시작돼자 금감원 직원이 상의를 입고 변호인 및 검찰이 제시한 사진 속 장면들을 일일이 재연했다. 사진사는 재판부 지시에 따라 이 모습을 당시와 똑같은 거리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촬영했다. 촬영은 물론 돈봉투가 들어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눠서 이뤄졌다. 사진 파일은 촬영 직후 재판부에 넘겨졌고, 이를 검찰과 변호인이 슬라이드로 함께 확인했다.변호인은 촬영에 앞서 문제를 제기했다. 양복은 분명 박 전 회장 맞춤 양복인데 금감원 직원 체형이 박 전 회장 체형과 달리 호리호리해 정확한 검증이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재판부는 '자기 옷을 입었을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와 어떻게 다른 지를 판단하기 위해 사진사로 하여금 문제를 제기한 변호인 양복 모양을 촬영토록 했고, 변호인은 법정 중앙으로 나와 포즈를 취하며 촬영에 임했다.검증이 끝난 뒤 박 의원은 최후진술을 통해 "그간 사건 실체와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면서 "저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 이러한 점을 헤아려 현명하고 공명정대한 판단을 해 주시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박 의원은 지난 해 3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국회의장 환영 만찬에서 박 전 회장을 만나 미화 2만 달러를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박 의원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선고공판은 오는 24일 2시다.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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