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본격적인 외환시장 안정화에 나서

환율방어 마지노선 1150원 대 임박..단기외채 부감감도 작용[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환율방어를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외환당국은 달러 대비 원화가치의 급등을 막기 위해 공기업과 은행권의 외화(外貨)차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가하면, 원화 환율의 마지노선을 정해 공세적으로 대처키로 했다. 외환시장에 달러공급을 최대한 줄이고,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기업 경쟁력 하락, 경제회복 지체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외환당국관계자는 9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 하락세가 지나쳐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1달러당 1150원 선에 육박하면서 적극적인 외환시장 안정화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며, “1150원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5원 내린 1달러당 1167.0원에 마감,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1150원 선이 코앞에 두고 있다. 외환당국이 1150원선을 마지노선을 두고 총력전에 나선 데는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기업의 경쟁력 악화시점이 1150원 선이 분기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원화 가치 상승을 예견한 투기 조짐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내다팔면 통상 외환시장에선 ‘달러 매수, 원화 매도’가 일어나야 하는데 최근엔 외국인 주식 매도와 관계없이 원화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이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환율조작국이라는 대외적인 부정적 시각과 이에 따른 시장의 악영향을 우려해 시장개입 직접적 가능성은 물론 환율방어 마지노선을 밝히기를 꺼려했던 기존 입장을 180도 바꾸는 악수까지 두면서도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선 것이다. 특히 지난 해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이 후 유지해온 ‘달러조달’정책도 공식적으로 철회하게 됐다. 내년 외평채 발행규모가 올해 3분의 1 수준인 20억 달러로 대폭 축소한 것도 이런 변화된 기조의 영향 탓이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당분간 공기업의 해외조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공기업의 채권발행은 국내시장에서 수급하는 것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만 해외조달을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하며 달러유입 차단에 나섰다. 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외평채 발생 규모 축소와 함께 앞으로 주간사 선정과 로드쇼 일정이 확정된 도로공사의 10억 달러(약 1조1670억 원) 규모 발행분까지만 인가하고, 이후 해외 채권 발행을 신청하는 공기업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화 사용 목적이 아닌 반드시 달러 차입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는 공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도 제한적으로 인가해 줄 계획이다.정부는 현 외화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외화부채가 급상승하고 있는 시점에서 공기업의 해외채권발행이 더 이상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글로벌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주택공사나 중장기 해외채 발행을 계획한 수자원공사도 해외채 발행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은행권의 외화 차입도 억제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국내 주요은행과 외국은행 국내지점을 대상으로 외화 조달 및 운용실태 등을 점검 후 추가적인 외화차입은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공동검사는 오는 27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은행의 외화차입, 외화 대출, 파생상품 등 외화 조달과 운용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이 점검 대상이다. 올해만 해도 9월까지 은행의 공모 방식 달러 조달 규모가 108억 달러에 달한다. 외환당국이 외화차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 하는데는 환율방어외에도 사실상 단기 외채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따른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도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366일~371일짜리 외화차입금은 올 들어 17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특수은행의 경우 2007년 4000만 달러에 비해 작년 8억2300만 달러, 올해(8월까지) 6억3300만 달러로 큰 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중장기 외화차입액 140억2000만 달러 중 366~371일짜리는 14억6300만 달러로 10.4%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단기 외채에 대한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정부의 외화차입 규제는 시장에 당장 효과를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정부의 환율방어에 대한 의지가 시장에 적극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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