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우의 경제레터] 유산, 다 쓰고 죽어라?

상속인이 사망한 피상속인으로부터 물려받을 재산을 법적 기준보다 못 받았다고 주장하며 형제 등 다른 상속인이 받은 재산 중 일부를 돌려달라는 ‘소송인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급증하는 상속분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서 ‘노인의 재산은 살아서도 유산’이라는 얼마 전에 썼던 글이 생각났습니다.당시 글의 취지는 노인이 자녀들의 눈치 때문에 평생 피땀 흘려 모은 자신의 재산에 대한 권리 행사마저 당당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하지만 ‘노인의 재산은 살아서도 유산’이란 제목을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전에 자신이 남겨 줄 재산이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유산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답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유산을 자녀에게 제대로 남겨주려면 얼마만큼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50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위대한 유산이라 칭해지는 '탈무드'에 나오는 글입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아들을 유학 보낸 한 유대인이 중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죽기 전에 아들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겼습니다. 자기의 전 재산은 하인에게 물려주고, 아들이 원하는 것 한 가지만은 아들이 갖도록 하라는 내용입니다.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유서의 내용에 막막해 하던 아들은 랍비를 찾아가 전후 사정을 얘기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아버지를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데 아버지가 자신에게 재산을 남겨주지 않았음을 원망합니다. 하지만 유서의 내용을 본 랍비는 탄복하며 앞으로 아버지와 같이 지혜롭게 머리를 쓰며 살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아버지의 유서를 이렇게 풀이해 줍니다.아들이 곁에 없을 때 운명하게 된 아버지는 자신이 죽고 나면 하인이 재산을 가지고 도망치거나 탕진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재산에 욕심이 나 자신의 죽음마저 아들에게 전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래서 모든 재산을 하인에게 준다고 합니다. 재산을 물려받은 하인은 기뻐서 아들에게 달려가 자신의 죽음과 유언 내용을 알릴 것이라 생각한 것이지요.그리고 아들에게 단 한 가지 원하는 것을 준다는 유언을 남겼으니 아들이 그 한 가지로 하인을 선택하면 하인의 재산은 전부 주인에게 속하는 그 시대의 법에 따라 아들은 아버지의 재산을 무사히 상속받게 된다는 것이지요. 랍비의 해석을 들은 아들은 아버지의 깊은 사랑과 지혜에 탄복합니다. 하인에게서 재산을 되찾은 아들은 보답으로 하인을 해방시켜 줍니다.유산을 제대로 물려주고 물려받는다는 것 모두가 쉽지 않은 과정인 것 같습니다. 애써 남긴 유산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분란거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법정으로까지 가지 않았을 뿐 이미 크고 작은 상속을 둘러싼 다툼과 상처가 끊이지 않습니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신문에 보도되는 가족간의 다툼들 이면에도 잘못된 재산 분배에 대한 원망이 폭발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방법 찾기도 필요하지만 유산으로 물려진 그 이후에 대한 상상력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모든 것들이 너무 복잡해서 ‘다쓰고 죽으라’는 캠페인이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리봄 디자이너 조연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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