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메신저]양치기소년

'증시는 꿈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어떤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꿈이 한 번도 현실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코스닥시장의 메가톤급 재료인 황우석 박사가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자신을 정식 후원한다는 업체가 나타났지만 시장으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지난 20일 디브이에스는 조성옥 대표가 수암재단 운영과 황우석 박사 연구지원과 관련된 후원자로 나선다고 밝혔다. 디브이에스측은 "수암연구재단의 황우석 박사 연구팀에게 부족한 연구재원의 일부를 후원하기로 했다"며 "현재 연구비용 및 향후 연구비용의 절반 이상 규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출연된 기금은 연구기자재 구입, 재단 운영경비 등 연구경비로 사용된다. 향후 추가자금이 필요한 경우 조 대표가 지속적으로 출연해 후원할 계획이다. 또 "수암재단 측에서 기회가 되면 재단 이사장으로 모시고 싶다는 뜻을 전해와 이를 수락했다"고며 "한동안 논란이 있었던 황우석 박사의 새로운 후원자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같은 소식이 무색하게도 20일 디브이에스 주가는 전일대비 5.19% 하락한 1280원으로 마감했다. 황 박사 관련 뉴스만 나와도 직접적 상관이 없는 줄기세포나 복제돼지 관련주 등이 동반급등하던 것과 정반대 양상을 보인 것.이같은 이변(?)이 왜 일어난 것일까. 디브이에스는 필리핀에서 전자투표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5월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오히려 호재가 순식간에 악재로 바뀌며 급락세를 보였다. 당시 거래량은 270만주에 육박하며 거래대금은 3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디브이에스는 모바일 솔루션업체 모빌탑 지분 12.2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교육사업에 진출하려는 야망을 보이기도 했지만 모빌탑경영권 장악시도가 난항을 겪으면서 약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디브이에스 관계자는 "결과를 내놓기 직전에 매번 무산돼 안타깝다"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없는 얘기를 지어낸 것은 아니다"면서 "보도자료를 안 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해명했다.이 해명처럼 공개기업인 디브이에스가 양치기소년처럼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장은 디브이에스의 "늑대가 나타났다"는 발표에 주가로 답을 하고 있다. 신뢰란 금이 가고 깨지긴 쉬운 유리와 같다. 그만큼 한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긴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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