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요금제, MVNO 등 정부 정책 실효성 논란...시민단체 '강력한 해법 제시' 요구
국내 이동통신 요금이 비싸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칼을 빼들었지만, 이미 칼날이 무뎌진 상태여서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이어 지난 11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국내 이동통신 요금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비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통요금 인하 유인책을 다각도로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방통위가 모색 중인 유인책으로는 무(無)보조금 요금제 도입, 선불요금제 확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등을 꼽을 수 있다. '무(無)보조금 요금제'란 이통 서비스에 가입할 때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요금을 할인받는 제도다. 방통위는 일본 KDDI가 2년 약정에 기본료 50%를 할인해주는 사례를 제시하면서 국내 적용시 상당한 요금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본료를 받지 않아 이동전화 사용량이 적은 사용자들에게 유리한 선불요금제도 확대될 전망이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 국장은 "OECD 조사 자료에서 우리나라 소량(월간 음성통화 44분) 사용자의 요금이 30개국에서 6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온 만큼 선불요금제 확대시 요금 인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선불요금제는 10초당 요금이 58~65원으로 표준요금제(18원/10초)보다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이통사들로 하여금 선불요금을 인하토록 유도한다는 것이 방통위의 복안이다. 방통위는 특히 가상이동망사업자(MVNO)로 인한 요금 인하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MVNO는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들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사업을 하는 제도다. 방통위는 국회에 계류 중인 MVNO 제도가 도입될 경우, 내년에는 제4 이통사가 출현해 가격경쟁으로 인한 요금인하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선불요금 확대에도 MVNO가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SKTㆍKT 등 기존 통신사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MVNO의 성공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MVNO는 기존 통신사의 점유율이 60~70%대인 유럽에서나 가능한 모델로 시장포화인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선불요금제와 무(無)보조금 요금제도로 인한 요금인하 효과 역시 미지수다. 매출 하락을 우려한 이통사들이 정부 정책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의 자발적인 요금인하가 이뤄지도록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통위의 정책기조가 결과적으로 이통사들에게는 바람막이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단체들은 "월 1만3000원의 현행 기본료를 내리고, 11초를 써도 20초에 해당하는 요금을 부과하는 10초당 통화요금 체계도 1~5초로 세분화하는 등 보다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야 실질적인 통신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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