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 아직 발가락만 담궜다면

물 속으로 몸 담글 수 있는 환경 조성...주가 상승탄력 더해질 듯

"투자자들은 물 속에 발가락을 담그고 있다" KDV 웰스 매니지먼트의 CEO인 데이빗 하이넨캠프가 최근 주식시장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데이빗은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도 서서히 주식시장에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은 발가락만 담근 상황으로, 물 속으로 좀 더 들어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경제지표의 호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이같은 말을 전했다. 하지만 조금 바꿔서 생각한다면 몸이 완전히 물속에 잠긴 상황보다 발가락만 담그고 있는 현재 상황이 주식시장에서는 더욱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얼마나 깊을지, 얼마나 차가울지 모르는 물 속에 첫 발을 내딛는 것이 어려울 뿐이지, 이미 발을 담근 상황이라면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특히 지금과 같이 물 속이 차가운게 아니라 시원하게 느껴진다면 물 속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는 더 강해지는 게 사실이다. 발을 담그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지속되고, 경제지표의 호전이 가시화되는 현 시점에서 굳이 발을 빼 낼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 S&P500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이 80%에 육박하고 있다. 당초 톰슨 로이터는 S&P500 기업들의 평균 실적이 전년동기대비 35% 급락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기대치 않았던 기업들의 실적이 잇따라 '어닝 서프라이즈'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미국기업에 비해서는 국내기업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국내기업들 역시 수출 여건이 개선되면서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경기지표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다. 사실 경제지표 중 가장 큰 문제는 '고용'과 '소비'다. 지난 주 대표적인 고용지표 중 하나인 미국 주간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발표됐는데 지난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닥을 찍었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바닥권에 근접해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양대 소비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지표도 긍정적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6월 소매판매가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나면서 소비경기 회복의 청신호가 됐다. 여기에 중국 역시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8%에 육박하면서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경기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중국의 내수 경기가 확대될 경우 수출관련 업종의 매력도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국내증시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은 나타난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외국인의 강력한 선물 매수세다. 아직까지는 베이시스(현ㆍ선물간 가격차)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으면서 프로그램 매매에서 매도 우위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지만, 외국인들이 선물 시장에서 매수 우위 포지션을 구축해감에 따라 매도 일색이었던 차익거래 역시 매수 우위로 전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는 수급개선으로 직결되면서 국내증시의 상승탄력을 한층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국내증시가 연고점을 연일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더해가고 있지만, 주가가 과열됐다기보다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스트래트지스트는 "코스피는 혼조세를 거듭하며 단순한 소모전을 치루고 있지만 시장 내부적으로는 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변화들을 충분히 겪어왔다"며 "주가는 그림자이고 거래량이 실체라는 말이 있듯이 거래대금 지표상으로는 과거 수준 이상의 감소폭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오기는 했지만, 거래대금은 줄어들면서 나름대로의 조정 과정을 거쳤다는 것. 거래량이 수반될 경우 강력한 상승탄력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투자심리를 잘 읽을 수 있는 PCR(Put/Call Ratio)가 과매도권에서 하락반전되면서 코스피의 상승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일각에서는 비관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두려운 곳을 사는 것이 주식'이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비관론이 아직 남아있는 현 시점이 가장 매력적인 시점이 될 수 있다. 장밋빛 전망이 보다 강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굳이 비관론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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