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골프전문기자
여명과 함께 첫 티 샷을.
▲ 여명과 함께 '대장정' 돌입=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클럽하우스에는 상기된 표정의 도전자들로 북적였다. 일단 국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아무래도 체력소모가 극심할 터였다. 오전 4시30분. 드디어 조별로 카트를 타고 각자의 출발홀로 이동했다. 모든 조가 순차적으로 출발하는 건 시간 관계상 불가능하다. 주최측은 결국 전홀에서 동시에 티오프하는 샷건 방식을 채택했다. 태양이 서서히 고개를 내민 오전 5시5분. 정적을 깨는 축포가 새벽 하늘을 가르며 '대장정'의 시작의 알렸다. 우리 팀도 5분 후에는 첫 티샷을 날렸다. "빨리 타세요" 드라이브 샷을 하자마자 캐디의 재촉이 시작됐다. 볼 찾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포어캐디도 배치됐고, 그린에 서도 2명의 캐디가 미리 볼을 닦아 곧바로 퍼팅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참가자들도 당연히 서둘렀다. 두번째 샷 지점으로 이동할 때는 파온에 실패할 경우까지 감안해 서너개의 클럽을 들고 뛰었다. 허겁지겁 서너개 홀을 돌자 벌써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뛰다보니 근육이 놀란 모양이었다. 스프레이형 파스를 뿌려가며 몇 홀을 버티자 통증이 사라지며 몸이 서서히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18홀을 마쳤을 때가 오전 8시. 보통 5시간 걸렸을 라운드가 2시간50분만에 끝났다. 그늘집 이용이나 점심을 따로 먹을 시간도 없다. 카트에 비치된 김밥과 오이, 바나나 등으로 허기를 해결했다. 36홀을 마친 시간은 오전 11시 무렵, 인간보다 먼저 지친 건 카트였다. 밧데리 전력이 거의 떨어져 교체해야 한다. 캐디 역시 이 때 교대한다.캐디들이 도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민수용골프포토
▲ '魔의 구간' 그리고 희열= 마라톤에서는 흔히 35km 구간을 '마의 지점'이라고 표현한다. 이 때가 가장 고통스럽다고 한다. '마라톤골프' 도 마찬가지. 48번째 홀이었던 정읍코스 3번홀. 파7인 이 홀은 블랙티 기준으로 1004m나 돼 일명 '천사홀'로 불린다. 화이트티에서도 960m다. 이 홀을 마치고 나니 팀의 동반자 모두가 기진맥진했다. 이날만큼은 천사가 아니라 '악마의 홀'이었던 셈이다. 마지막 4라운드에 들어서자 몸은 이미 땀으로 뒤범벅 됐지만 완주에 대한 자신감이 치솟았다. 비거리가 현저하게 떨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이언의 경우 오전에 비해 한두 클럽 더 길게 잡아야 했다. 72홀을 마친 뒤 남은 3개 홀은 마라토너가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한바퀴를 돌듯 오히려 여유로운 라운드가 됐다. 일종의 '보너스홀'이었다. 마침내 오후 5시48분. 도전에 나선지 꼭 12시간38분만에 75홀이 종료됐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 양손에 물집이 잡히고, 발이 부르튼 골퍼들도 많았지만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었다. 최고령 완주자는 손광길(69세)씨, 최연소 출전기록은 김도훈(12세)군이 세웠다. 참가자들은 세계기네스협회로부터 인증서를 받게 될 예정이다.도전자들의 75홀 완주후 코미디언 이경규씨(왼쪽에서 두번째)가 대표로 기네스기록인증서를 받고 있다. 사진=민수용 골프포토
군산=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