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대규모 은행 구제금융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 은행들의 부실 여신 문제가 경제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번진 데 따른 것.
구제금융은 정부가 1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해 부실은행에 자금을 지원하고, 해당 은행의 우선주를 정부가 인수하는 형태로 이뤄지며, 미국보다 큰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고르 슈발로프 러시아 부총리는 오는 26일 은행 시스템 개혁에 관한 회의를 소집해 부실은행들의 지분 인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방안은 은행들이 대차대조표상의 부실 대출 비율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러시아 정부가 인수하는 우선주는 10년 이내에 보통주로 전환하고, 은행들은 채권 만기 전에 구제금융을 상환할 수 없게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러시아 금융계에 만연한 신용 경색을 해결하고, 부실은행들이 내년에는 대출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러시아의 구제금융은 자산 규모가 최소 500억루블(16억달러) 이상인 러시아 55개 은행들을 대상으로 할 예정이다.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권 여신은 총 1000억 달러에 이르며, 러시아 중앙은행은 무수익여신(NPL) 비율이 10~12%에 달할 경우 은행권 총 수익이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은행권은 고금리, 에너지 가격 급락 등의 요인으로 인해 NPL 비율을 올해 말 20%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신용평가기관은 러시아 은행이 부실 여신 증가에 대비해 연말까지 최대 400억 달러의 자금을 추가 조달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모스크바 투자은행 트로이카의 예브게니 가브리렌노프 수석 경제학자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며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가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은행들에 지나치게 개입하자 은행들이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자금을 무리하게 조기 상환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배드 뱅크’ 설립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는 8월에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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