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없는 것에 휘둘릴 필요 없어..FOMC에 주목하는 하루
"호랑이 없는 곳에 토끼가 왕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를 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별다른 모멘텀 없이 어떤 뉴스가 나올까 기다리던 찰나에 뜻밖에 세계은행(WB)의 경기전망 하향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미 그 이전날 장중에 발표가 됐던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지며 호들갑을 떨자 국내증시도 뒤따라 놀랜 가슴을 움켜쥐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WB의 영향력이 그렇게 강했던가를 따져보면 전날의 호들갑이 다소 머쓱해지기까지 한다.
보잘 것 없고 힘없는 토끼 한마리가 호랑이 없다고 왕 노릇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세계은행의 경우 IMF나 OECD 등 여러 경제예측기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일부 선진국의 경기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전체 경제성장률이 낮춰진 것이었고, 지난 3월 이후 3개월만에 조정에 나선 만큼 머지 않아(?) 또다시 상향 조정에 나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하루 충격으로 몰고갔으면 그것으로 더없이 충분한 이슈였고, 이제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본격적인 게임인 FOMC를 지켜볼 시간이다.
결과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FOMC 회의에서는 일단 시장에 우호적인 결론이 날 것이라는게 대부분의 전망이다.
그간 가장 우려됐던 것이 바로 출구전략. 인플레이션을 포함해 각종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부양 규모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 등을 담고있는 '출구전략' 논의는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외신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관계자들의 말은 인용해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 규모를 줄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보도했고, 연준은 여전히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강조했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2008년 8월 이후 2009년 4월까지 총 8번의 FOMC 회의 중 2번을 제외하고는 지수가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8전 6승2패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전날 뉴욕증시가 FOMC 회의 발표를 하루 앞두고 눈치보기 장세로 마감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시장의 관심은 FOMC에 쏠려있고, FOMC에서는 시장 우호적인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은 만큼 FOMC 회의 이후에는 시장 역시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증시만의 호재도 주목해야 한다.
전날 지수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몇가지 긍정적인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삼성전자의 경우 장 중 반등에 성공했고, 장 마감시에도 보합권으로 마감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대형 IT주의 상대적인 강세는 주목할 만 하다. 일반적으로 IT주의 경우 시장을 선행하는 성격이 짙다. IT주는 대표적인 경기 민감주인 만큼 투자자들이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투자자들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강하게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대표 경기민감주인 IT주, 그 중에서도 대형주 위주의 강세가 연출된 것이다.
IT주를 매수한 주체가 기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자금여력이 없어 포트폴리오를 압축해야 하고, 또 윈도드레싱에 나설 기관이 IT주를 매수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IT주의 수익률을 기대할 만 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관은 여전히 매도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IT주를 비롯해 실적개선 종목에 대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 매매를 제외할 경우 기관은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일부 정부기관이 자금집행에 나선 가운데 추가적으로 윈도드레싱 효과까지 더해지면 수급적인 측면에서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장 막판 60일선을 무너뜨리긴 했지만 장 중 꾸준히 60일선 지지력 테스트를 벌인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60일선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일시적으로는 60일선을 하회할 수 있지만, 이내 이를 회복하는 등 60일선의 지지력이 의외로 강했고, 60일선과 접전을 벌이면서 상승곡선을 그리는 60일선을 따라 코스피 지수 역시 저점을 높여갈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 속담으로는 '호랑이 없는 곳에서 토끼가 왕'이지만, 영문으로는 'When the cat is away, the mice will play(고양이가 없으면 쥐가 판친다)'로 쓰인다.
쥐에 익숙하지 않은 요즘 사람들은 쥐를 보면 깜짝 놀래긴 하지만, 쥐에 물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나를 공격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에 지나치게 겁을 낼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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