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통화완화 지속, 투자 소비 늘려라'...류밍캉 '경제성장 6.54%도 가능' 발언 곤욕
중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고 수뇌부 사이에서 신중론이 부각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건(?)은 류밍캉(劉明康) 은행감독위원장의 발언 번복. 류 위원장은 지난 12일 베이징에서 열렸던 국제금융협회(IIF) 춘계 총회에 참석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54%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한 발언을 했다가 14일 밤 은감위 홈페이지를 통해 8% 성장 가능하다며 발언을 수정했다.
12일 장중 나온 류 위원장의 발언으로 이날 상하이종합지수가 1.91% 급락하는 등 파장이 커지자 부랴부랴 휴일 긴급조치를 취한 것.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견해를 잇따라 내비친 류 위원장은 12일 "총체적으로 볼때 중국 경제가 여전히 하강위험에 처해있다"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9%에서 올해 6.54%로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 은감위 홈페이지는 류 위원장의 12일 발언을 정정하면서 내수는 꾸준히 회복되고 있으며 신용팽창도 높은 수준이어서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류 위원장은 은행 총자산이 70조5000억위안에 달하고 올해 1분기 대부분 상업은행이 자기자본비율을 충족하는 등 은행들도 호실적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12일 IIF 총회에서 물가하락 실업률 상승 수요침체 등 불안한 대내외 경제여건이 상존해 경제회복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은감위는 홈페이지에서 류 위원장의 발언을 언론이 왜곡보도했다고 밝혀 눈총을 사기도 했다.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올해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혀 항간에 나돌던 긴축설을 일축했다.
원 총리는 지난 주말 3일간의 허난(河南)성 순방을 마치고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하고 내수 촉진과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총평을 내리긴 했지만 아직 긴장의 끈을 풀 때가 아니라고 지적한 것이다. 적자 재정을 감수하고서라도 예산을 풀고 시중에 유동성을 더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판강(樊綱) 통화정책위원은 현재 통화팽창이 문제를 야기할 정도는 아니라며 앞으로도 2~3년간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강(易綱) 인민은행 부총재도 아직 통화팽창에 따른 후유증을 염려할 때가 아니라고 했고 위안강밍(袁鋼明) 사회과학원 거시경제연구실 주임 연구원도 "지금까지 대부분의 정책자금이 기초인프라 건설에 투입돼 소비 진작이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센터의 주바오량(祝寶良) 경제예측부 부소장은 어려운 시기는 지났으나 경제가 회복됐다는 증거가 아직 불충분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민간 투자가 더 활성화돼야하는데다 현재 수출전망이 어둡고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주요 항만의 화물취급이 부진하고 부동산 신규착공이나 조강생산 등 경제선징지표가 뚜렷한 호전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도 경제회복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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