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들, 적대적M&A 방어막 푼다

최근 일본에선 외국계 기업에 의한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해 최후의수단으로 제시해오던 '인수방어책'을 폐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7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M&A 자문회사 레코프의 조사 결과, 지난 5월말까지 1년간 적대적 M&A방어책을 폐지키로 한 기업은 19개사로, 패밀리마트를 비롯해 올해들어서만 12개사가 인수방어책을 폐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수방어책을 새로 도입한 기업은 22개사로 전년 동기의 10분의 1에 그쳤다. 이로써 5월말 현재 방어책을 도입하고 있는 일본 기업은 572개사가 됐다. 신문은 세계적 금융 위기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외국계 펀드들의 위협이 한풀 꺾인데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경영진의 몸 사리기'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어 일본 기업들이 외국자본에 대한 빗장을 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인수방어책은 적대적M&A를 막기 위해 회사측이 도입하는 조치로, 인수에 의해 기업 가치가 손상된다고 판단했을 경우 신주예약권 발행 등으로 인수자 측의 보유주 비율을 낮출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지난달 인수방어책을 폐지키로 한 제과업체 에자키(江崎) 글리코를 들 수 있다. 에자키는 일본에서 주주행동주의로 악명을 떨쳐온 미국 헤지펀드 스틸파트너스 재팬과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다 결국 스틸파트너스가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물러남에 따라 인수방어책이 별 쓸모가 없게 됐다고 판단, 인수방어책을 폐지키로 결정했다. 한편 인수방어책에 대해서는 경영진의 지나친 몸사리기로 "주주의 이익이 손상된다"는 비판도 강하다. 지난 2007년 불독소스는 스틸파트너스에 대해 일본 최초로 인수방어책인 '포이즌필'을 발동해 적대적 M&A를 저지했다. 하지만 당시 스틸파트너스가 인수에 나서자마자 방어책을 도입하자 "현 경영진을 지키기 위한 과잉방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지나친 방어책은 기업의 성장과 수익 확대로 연결되는 M&A까지 막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 금융경제연구소의 니시야마 겐고(西山賢吾)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공연히 인수방어를 남용하는 것은 기업가치 하락을 부를 수도 있다"며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적대적 인수 시 방어와 경영 규율의 유지를 어떻게 양립시켜 나아갈지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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