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판매, 모멘텀 될지 주목
지난주 뉴욕 증시는 고용이라는 부담스러운 변수를 극복하고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5일 발표된 노동부의 5월 고용보고서가 다소 판단이 쉽지 않은 결과를 낳았지만 제너럴 모터스(GM)의 파산보호 신청 후 불확실성 해소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매월 첫째 주는 뉴욕 증시가 고용을 확인하고, 둘째 주는 소비를 확인하는 주다. 어김없이 이번주 뉴욕 증시는 오는 11일 발표될 5월 소매판매 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에서는 소매판매가 3개월 만에 다시 상승반전해 상승 추세를 크게 훼손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가 진정으로 회복되고 있느냐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이 점점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기어코 배럴당 70달러선을 찍은 유가 동향에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승일로인 국채 금리 동향도 주목거리다. 유가와 국채 금리 상승세가 증시보다 가파르다고 판단될 경우 증시의 상승 기세는 꺾일 수 밖에 없다.
◆고용지표, 나쁘지는 않았다= 지난주 다우지수는 전주 대비 3.09% 오르며 8763.13으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지난 13주 동안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간 상승을 기록했다. 이로써 다우지수는 지난해 종가 8776.39에 바짝 다가섰다. 나스닥과 S&P500 지수에 이어 연초 대비 상승전환을 목전에 두게 됐다. 지난주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2.28%, 4.23% 상승했다.
지난주 발표된 고용지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는 정도이다. 9.4%를 기록한 5월 실업률이 월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비농업 부문 고용자 감소폭이 개월만에 50만명 아래로 내려오며 34만5000명으로 급감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었다는 평이다.
하지만 시간당 임금 상승률(연률)은 200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해 우려감을 샀다. 엔시마 글로벌의 데이비스 맬파스 사장은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하락한 것을 지적하며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릴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최근 미국인들은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저축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지표가 발표되던 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4월 미국의 소비자 대출이 157억달러나 급감했다고 밝혔다. 월가 예상치 60억달러 감소를 두 배 이상 웃도는 것으로 이는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이었다.
세계 최대 소비국 미국의 소비가 줄어들면 미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 경제가 수출 부진에 시달릴 수 밖에 없게 된다. 고용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출발점. 다소 애매한 고용지표가 발표된 가운데 오는 11일 가장 중요한 소비 지표인 5월 소매판매 결과가 공개된다.
◆美소비 회복되고 있나= 소매판매는 올해 초 깜짝 반등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을 불러온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두 달간 소매판매가 다시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의 소매판매는 1월 1.8%, 2월 0.3%, 3월에 -1.3% 4월에 -0.4%를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3개월 만의 상승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에 따르면 5월 소매판매는 0.3% 증가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도 0.2%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12일 발표될 미시간 대학교의 6월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소비 회복 기대감을 판별할 수 있는 지표다. 이 지표는 최근 3개월 연속 상승하며 지난달 68.7까지 상승했다. 전망은 엇갈린다. 블룸버그는 68.6을 예상해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본 반면 브리핑닷컴은 69.0을 예상,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10일 공개될 베이지북도 관심사다. 지역 연방은행들의 경기 판단 보고서를 종합한 베이지북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2주 앞두고 공개되며 FOMC의 중요 판단자료로 활용된다.
이 밖에 4월 도매재고(9일) 4월 무역수지와 5월 재정수지(10일) 4월 기업재고(11일) 5월 수입물가지수(12일) 등이 공개된다.
◆고개 드는 인플레이션=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0.5% 하락한 68.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장중에는 7개월 만에 70달러선을 뚫으며 70.32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의 가파른 상승세를 감안할 경우 이번주 70달러에 안착하면서 80달러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상승에 투기세력이 붙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올해 연말 유가가 8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더 많은 투기세력을 불러모아 유가 상승은 물론 물가마저 들쑤셔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최근 뉴욕 증시 상승은 상품 관련주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주 엑손모빌(5.22%) 셰브론(4.05%) 프리포트 맥모란(5.02%) US스틸(6.25%)은 일제 급등했다.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미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 알코아는 무려 18.66%나 폭등했다.
유가가 투기에 의해 올랐다고 가정할 경우 상품 관련주의 가파른 상승세가 정당하냐의 문제는 결국 뉴욕 증시의 최근 상승이 정당하냐의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
유가와 함께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있는 것은 미 국채 금리다. 지난 5일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83%로 뛰었다. 전날에 비해 무려 0.12%포인트나 급등한 것으로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였다. 특히 10년물 금리는 모기지 금리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아울러 최근 2년물 국채 금리와 10년물 국채 금리 간의 격차는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사실상 0% 수준이다. 따라서 단기 금리가 오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기 금리가 치솟으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지는 것도 경기 회복 신호라기보다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각시키는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지난 3일 토마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는 FRB가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5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연방기금 금리선물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FRB가 기준금리를 최소 0.5%로 올릴 것으로 예상한 트레이더들이 59%에 달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주 잇따를 FOMC 위원들의 연설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에는 다니엘 태룰로 FRB 이사(8일)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9일) 엘리자베스 듀크 FRB 이사(10일)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와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11일) 등이 미 경제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로 연설을 할 예정이다.
12일부터는 이탈리아에서 G8 연례 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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