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블랙박스]盧전대통령 책과 주식

고(故) 노무현 전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났지만 그에 대한 추모열기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장례식이 끝난 이후에도 덕수궁 대한문 앞은 조문하는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합니다. 갑작스러운 서거로 일기 시작한 노 전대통령 관련 서적의 인기도 여전하다고 합니다. 노 전대통령이 생전에 썼던 책들과 지지자나 비판자들이 노 전대통령의 삶과 리더십을 다뤘던 수년전 책들이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 베스트셀러로 떠올랐습니다. 노 전대통령에 관한 책의 출간이나 재출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 전대통령이 대통령 선거기간 출간한 자서전 '여보, 나 좀 도와줘'(1994)는 예스24,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30일 하루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 인터파크 도서에서는 1주간 판매량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책외에도 5~6권의 관련서적이 인터넷 서점들의 판매순위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인터넷 서점은 노 전대통령 추모열기의 또 다른 창구인 셈입니다. 물론 노 전대통령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이들 기업의 실적까지 바로 눈에 띄게 좋아지진 않을 것입니다. ◆G마켓 매각 현금부자 인터파크=는 국내 최초의 온라인 쇼핑업체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만년 적자기업이라는 오명도 상당기간 짊어져야 했습니다. 도서 무료 배송 등 공격적인 마케팅은 매출엔 도움이 됐지만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일거에 만회시켜 준 것이 자회사 G마켓입니다. G마켓이 철옹성 같았던 옥션을 따라잡으며 인터파크의 가치도 덩달아 상승했고, 급기야 G마켓을 시가총액보다 더 많은 3억5000만달러에 매각했습니다. (G마켓을 산 기업은 옥션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세계최대 온라인쇼핑몰 업체 이베이입니다.) 매각대금은 이번달 들어올 예정입니다. 원·달러 환율 1250원으로 가정하면 총 4380억원(세후 3320억원)의 현급유입이 기대된다고 합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웬만한 코스닥기업은 다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시총 1조원짜리 기업 지분 1/3을 살 수 있는 돈이니 단순 계산하면 코스피로 이전을 결정한 키움증권의 대주주도 될 수 있는 돈입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인터파크에 대한 우호적 평가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인터파크에 대해 현저한 저평가 국면이라며 '매수' 추천했습니다. 목표주가 9000원을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지난달 말 종가 6620원보다 35% 이상 상승여력이 있는 가격입니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터파크의 현 기업가치는 보유한 현금 수준에 불과하다"며 "자회사 인터파크INT의 가치를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저평가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자회사 G마켓 매각으로 마련한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앞으로 다양한 신규사업 전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도서 관련 자회사인 인터파크INT의 실적개선세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인터파크INT는 지난해 7월 설립된 인터파크의 자회사로 도서, 쇼핑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우증권도 G마켓 매각이 확정된 직후 낸 보고서에서 5000원에서 7500원으로 대폭 올렸습니다. 주목할 점은 자회사 인터파크INT에 대한 긍정적 평가입니다. 대우증권은 인터파크의 1분기 실적을 통해 자회사 인터파크INT의 안정적인 실적흐름이 확인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경기호전과 투자집중으로 하반기에 인터파크INT가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할 것이라고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대다수 증권사들이 시총 4000억원을 넘은 회사에 대한 분석을 재개하지 않고 있습니다.(5월말 기준 인터파크 시총 4018억원.) 현금이 많다지만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분기 실적에서 가능성을 열어둔데 대해서도 시큰둥한 애널리스트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인터파크가 과거에도 1분기 수익을 냈다 연말가서 다시 적자로 돌아선 전력이 있다며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한세예스24홀딩스=최초의 온라인서점 예스24는 라는 지주회사 계열로 증시에서 투자자들과 연결돼 있습니다. 하지만 한세예스24홀딩스는 시총 300억원대 회사에 불과합니다. 제대로 된 분석보고서는 커녕 흔한 탐방보고서조차 찾기 힘듭니다. 온라인서점 1위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주가는 2년전 예스24가 코스닥에 상장하며 급등했던 때의 1/3에 불과합니다. 꾸준히 외형성장은 했지만 수익성에 막혀 시장의 외면을 받던 인터파크와 비슷한 양상입니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올 1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주력회사인 한세실업이 독립한 후 남은 존속법인입니다. 한세실업이 의류사업을 전담하고, 한세예스24홀딩스는 투자사업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매출의 대부분은 아직 의류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예스24쪽 현황보다 한세실업쪽 상황이 주가에 더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것입니다. 한세실업은 미국인 3명중 1명이 한세실업 옷을 입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공한 수출기업입니다. 하지만 OEM 업체라 이익률이 높지 않습니다. 환율 영향에 취약한 것도 약점입니다. 150만달러 규모의 KIKO를 보유하고 있고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선도환거래 약정을 맺고 있기까지 합니다. 똑똑한 자회사 덕에 대박난 인터파크와는 상황이 다른 셈입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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